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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로 담금질한 배준서, 세계선수권 정상을 탈환하다

등록 2023-05-31 09:35수정 2023-06-01 02:35

2019년 맨체스터 대회 후 세계선수권 첫 금
배준서가 30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크리스털홀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남자 58㎏급 결승 우승을 확정한 뒤 태극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배준서가 30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크리스털홀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남자 58㎏급 결승 우승을 확정한 뒤 태극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기민하다. 눈이 인식하기 전에 몸이 반응한다. 허리를 젖혀 살짝 피하고 뒷발을 빼면서 다시 피한다. 회피도 발군이지만 사실 ‘아웃복서’보다는 ‘인파이터’에 가깝다. 한 대 맞으면 어김없이 달려들어 곱절로 갚아준다. 차는 족족 발끝에 점수가 달라붙는다. 상대 입장에서는 전자 호구 센서가 야속할 뿐이다. 배준서(23·강화군청)의 스텝과 킥 앞에서 ‘태권도는 지루하다’라는 해묵은 편견은 산산이 부서진다.

배준서가 30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2023 세계태권도선수권 한국 대표팀의 첫 금메달을 신고했다. 남자 58㎏급에 출전한 배준서는 이날 결승에서 게오르기 구르트시에프(23·개인중립자격선수·AIN)를 라운드 점수 2-0으로 완파하고 정상에 섰다. 2019년 맨체스터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4년 만에 세계선수권 금메달이지만 그는 시상대에 처음 서보는 사람처럼 다소곳한 얼굴로 기쁨을 누렸다.

이 우승의 의미는 크다. 배준서는 시상식 뒤 취재진과 만나 “다음 올림픽을 가기 위한, 제 태권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였는데, 제가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라고 했다. 배준서가 속한 58㎏급은 올림픽에서 ‘58㎏ 이하’급으로 분류된다. 도쿄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장준(58㎏급·한국가스공사)부터 샛별 박태준(54㎏급·경희대)까지 쟁쟁한 경쟁자가 많다. 올림픽에 나설 수 있는 건 각 나라에서 체급별로 한 명뿐이다.

아울러 배준서의 금빛 발차기는 지난 세월 악전고투에 대한 보상이기도 했다. 배준서는 “4년 동안 시간이 길다 보니 힘든 일도 있었고, 부상도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달려왔다”라고도 했다. 특히 지난해 잦은 부상으로 기량 발휘에 어려움을 겪었던 그였으나, 슬럼프는 담금질의 시간이 됐다. 배준서는 “상대가 누구든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으로 간절하게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간절함이 통한 거 같다”고 말했다.

배준서가 30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크리스털홀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남자 58㎏급 결승 경기 중 발차기를 하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배준서가 30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크리스털홀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남자 58㎏급 결승 경기 중 발차기를 하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겁 없이 달라붙고, 정신없이 몰아치고, 끈질기게 늘어지는 배준서의 ‘맹폭 태권도’는 여전했다. 4년 전 맨체스터에서 경기당 44점을 작렬했던 그는 이번에도 8강전을 제외하고 전 경기를 한 라운드도 내주지 않으며 휩쓸었다. 세계태권도연맹(WT) 랭킹 2위 무함마드 할릴 젠두비(튀니지)와 8강전(2-1 승)은 고비였으나 “어차피 고비는 온다. 이 고비를 넘으면 1등 할 수 있다”라고 믿은 그는 동요하지 않았다.

배준서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제가 올림픽 나가는 걸 되게 기다리고 계신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하겠다”라며 파리로 향하는 각오를 다졌다. 배준서가 믿는 자신의 강점은 체력이다. 그는 “기술보다 체력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경기 초반 (상대) 기술을 최대한 맞지 않고 버티면 나중에 제 시간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경기를 뛴다”라고 했다. 긴 터널을 뚫고 ‘배준서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바쿠/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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