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대결, 임혜원이 마지막 관문을 돌파할까.
지난 시즌 프로당구에 데뷔한 임혜원(27)이 29일 강원도 정선에서 예정된 2023~2024 피비에이(PBA)-엘피비에이(LPBA) 7차 투어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전에서 일본의 사카이 아야코(하나카드)와 대결한다.
21살에 본격적으로 당구를 시작한 임혜원은 ‘홀로서기’로 첫 결승 무대에 올랐고, 사카이는 올 시즌 두번째 우승을 노린다. 둘의 대결은 패기와 노련함의 충돌처럼 보인다.
이번 대회 임혜원의 결승전 진출 행보는 파격적이었다. 임혜원은 28일 4강전에서 강호 김정미를 상대로 3-1 역전승을 거뒀고, 8강전과 16강전에서는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 히가시우치 나쓰미(웰컴저축은행) 등 우승 전력이 있는 챔피언들을 따돌렸다.
임혜원은 특히 8강전에서 엘피비에이 6회 우승 전력의 스롱을 접전 끝에 3-2로 제압했다. 임혜원에게 패배한 선수 가운데는 여자당구 스타인 김보미(NH농협카드)도 있다. 임혜원은 결승 진출이 걸린 4강에서는 김정미에게 첫 세트를 2-11로 크게 뒤졌지만, 이후 2~4세트를 내리 따내는 뒷심을 발휘했다.
4차 투어 에스와이 챔피언십 제패에 이어 시즌 두번째 우승을 노리는 사카이는 4강전에서 김세연을 3-0으로 꺾었고, 8강전에서 차세대 간판 한지은(에스와이)에 대역전승을 거두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김세연과의 대결에서는 애버리지 1.320을 기록하는 등 25이닝 만에 33점을 쓸어담았다.
지난 시즌 우선등록으로 프로에 데뷔한 임혜원과 오랜 경험의 사카이의 객관적 전력 지표에는 차이가 있다. 이번 대회 애버리지에서도 임혜원(0.772)는 사카이(1.015)에 뒤진다.
하지만 당구는 멘털의 경기여서 변수가 많다. 그날의 테이블 상태나 구질에 따라 타율도 요동친다. 무명에 가까울 정도로 알려지지 않았던 ‘챔피언 킬러’ 임혜원은 잃을 것이 없다.
한-일전이라는 특성도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는 백민주(크라운해태)가 히가시우치와 벌인 한-일 결승대결에서 졌다. 팬들은 임혜원이 두 번 질 수 없다는 각오로 나서길 바라고 있다.
김현석 해설위원은 “이번 대회의 복병은 임혜원이다. 챔피언들을 따돌리면서 결승까지 왔다. 사카이가 매우 좋은 흐름을 타고 있지만, 마음을 비우고 친다면 이변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너무 편하게 쳐도 안 되지만, 상대를 너무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그동안 해오던 대로 자기 당구를 칠 수 있어야 한다. 큰 경기라고 의식하지 말고, 큐 끝이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