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알라얀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하아시아경기대회 여자배구 A조 1차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 또다시 ‘대만 악몽’이 살아나는 듯했다. 얼굴에 공을 맞아도 기어코 걷어내는 끈끈한 수비력. 이건 과거 한국 여자배구의 전통적인 장점이었지만, 고스란히 대만의 강점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1세트 21-25, 2세트 20-25. 이달 초 세계선수권에서 17년 만에 대만에 진 충격파가 다시 찾아오는 분위기였다. 현장을 찾은 배구인들은 “서브가 약하고, 리시브가 불안하니 저럴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황연주의 까다로운 서브가 살아나고, 센터 정대영의 한박자 빠른 공격이 불을 뿜으니 대만이 3세트부터 허둥대기 시작했다. 무릎 수술을 받은데다, 발바닥 통증까지 있어 점프력이 떨어져 있던 김연경은 빈 공간을 찌르는 연타 등으로 득점을 쌓아갔다. 3세트 25-23, 4세트 25-19로 이겨 세트 점수 2-2로 균형을 맞춘 한국은 마지막 5세트에서 15-9로 두들겨 3-2의 짜릿한 뒤집기쇼를 펼쳤다. 올해 여자 프로배구 최우수선수와 신인상을 거머쥔 18살 김연경이 22점, 오른쪽 공격수 황연주가 19점으로 대만 코트를 강타했다.
세터 김사니는 “세계선수권에서 지고 돌아온 뒤 정말 고생했다. 지고 왔으니 군소리도 못하고 훈련했다”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세계선수권에서는 김연경과 한유미가 부상으로 손발을 맞추지 못한 점이 있었다”며 “이번 대회에서는 누가 뭐를 원하는지 알고 한 것이 승리의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도하/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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