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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호루라기] 방송사여, 살아있는 순간을 보고 싶다

등록 2006-12-07 18:50

도하아시아경기대회가 중반으로 치닫으며 열기를 내뿜고 있다. 그런데 국내 스포츠 팬들의 분노가 폭발 직전이다. 선수단의 성적이 나빠서가 아니다. 지상파 방송 3사의 외면으로 생중계를 거의 볼 수 없기 때문이다.

6일 밤 8시 여자역도의 장미란이 중국의 무솽솽과 숨막히는 ‘바벨 대결’을 벌였다. 하지만 그 시각 국내 지상파 방송 3사는 드라마나 뉴스를 내보냈다. 탁구 남자단식 유승민과 왕하오(중국)의 라이벌 대결도, 금메달을 따면 3관왕이 되는 수영 박태환의 남자자유형 100m 결승도 텔레비전에는 나오지 않았다. 방송 3사가 다른 나라 경기까지 중복 편성해 화면을 도배질한 월드컵 때와는 영 딴판이다.

방송 3사는 정규방송이 모두 끝난 뒤, 자정을 넘겨서야 현지를 연결할 뿐이다. 심지어는 새벽 2시가 다 돼서야 중계에 나서는 방송사도 있다. 오후나 초저녁에는 경기를 전혀 볼 수 없다. 대회 초반 대만 및 일본과의 야구 두 경기를 생중계한 게 전부다.

방송 3사가 가지고 있는 케이블 스포츠채널도 마찬가지다. 전날 열린 경기를 24시간이 지나서야 뒷북치듯 내보낸다. 결과를 뻔히 알고 시청하는 팬들로서는 맥이 빠질 노릇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 때문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초저녁 황금시간대에 스포츠중계보다 드라마 시청율이 훨씬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누리꾼들은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방송사 홈페이지를 통해 방송사를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일부 팬들은 국내 채널을 포기하고 중국이나 일본 채널로 아시아경기대회를 보고 있다.

스포츠는 각본이 없다. 따라서 생중계가 생명이다. 어느 광고 문구처럼 스포츠는 ‘살아있기’ 때문이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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