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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인에게 비는 축복이지만…낙마하던 날 그 비는…

등록 2006-12-08 19:37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단 역도의 장미란(맨 왼쪽) 등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8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선수촌 내 국기광장 옆 퍼블릭 존에 설치된 임시 분향소에서 고 김형칠 선수를 추모하고 있다.(왼쪽) 김 선수의 영정 앞에 대회조직위원회가 수여한 명예 금메달이 놓여 있다.(오른쪽) 도하/이정용 기자 <A href="mailto:lee312@hani.co.kr">lee312@hani.co.kr</A>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단 역도의 장미란(맨 왼쪽) 등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8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선수촌 내 국기광장 옆 퍼블릭 존에 설치된 임시 분향소에서 고 김형칠 선수를 추모하고 있다.(왼쪽) 김 선수의 영정 앞에 대회조직위원회가 수여한 명예 금메달이 놓여 있다.(오른쪽) 도하/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송호진 기자의 여기는 도하

새벽에 도하에 도착한 동생은 형의 주검을 보자마자 목놓아 울었습니다. 머리를 크게 다친 형은 눈을 뜨고 있었습니다. 편히 가라고 눈을 감기려 해도 형은 감지 않았습니다. 한 승마인은 말합니다. “아무래도 형칠이가 한국에 가서 아내와 아이들을 다 보고 감으려나 봐요.”

영전에 바친 금메달
영전에 바친 금메달
7일 아침. 장대비가 쏟아졌습니다. 오전 8시에서 9시 사이엔 한국의 여름 소나기처럼 비가 세게 내리쳤습니다. 도로에는 금방 물이 고였습니다. 비가 잘 오지 않다 보니 하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서입니다. 카타르인들은 마른 땅을 적셔주는 비를 ‘축복’이라 여깁니다. 좋은 일을 가져다주는 길조라고 생각합니다. 개막식이 열린 2일에도 비가 많이 왔습니다. 그런데 비는 행사가 시작되자 뚝 멈췄고, 행사가 끝나자 다시 내렸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이걸 신의 섭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요즘 비는 예년과 좀 다릅니다. 보통 카타르는 12월 말부터 2월 초까지 1년 강우량 60~100㎜의 비가 옵니다. 12월 초에 이렇게 굵은 비가 계속해서 내리는 건 흔치 않은 일이랍니다. 현지 교민들은 “1년 내릴 비가 요즘 다 오는것 같다”고 말합니다.

김형칠 선수가 종합마술 이틀째 크로스컨트리 경기를 시작한 건 오전 10시1분입니다. 2.7㎞를 달리며 23개 장애물을 뛰어넘습니다. 비는 잠시 멈췄지만, 경기장은 질퍽거렸습니다. 물웅덩이도 곳곳에 퍼져 있었습니다. 올해 카타르에서 가장 비가 많이 온 날, 그는 승마에서 제일 위험하다는 경기에 들어갔습니다. 1m10 높이의 평이한 계단식 8번 장애물. 애마 ‘밴디’와 김형칠은 첫날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물에서 뛰쳐나오는 7번 장애물에서 밴디는 세게 달렸습니다. 첫날 성적을 만회하려는 몸짓처럼 보였다는 게 승마인들의 얘기입니다. 밴디가 높이 뛰어오릅니다. 한 승마인은 전합니다. “땅이 물에 젖어 미끄러워서인지, 밴디의 도약 지점과 장애물의 거리가 약간 멀어 보였습니다.” 도약은 기수의 지시와 말의 결단으로 이뤄집니다. 밴디의 앞발이 장애물 끝에 걸려 참사를 당한 건 그런 이유가 아니냐는 게 이곳 전문가들의 생각입니다. 5년 전 만난 김형칠과 밴디는 그동안 실수를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카타르인들에게 비는 축복입니다. 47살에 세상을 떠난 그에게 도하의 비는 가족과의 이별을 재촉한 눈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도하/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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