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라가 11일(한국시각) 펜싱 에페 여자개인전 결승에서 중국의 중웨이핑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하자 환호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펜싱 박세라, 예상 엎고 한국 첫 금
가족 뒷바라지 어려움 속 환한 웃음
가족 뒷바라지 어려움 속 환한 웃음
“아빠가 ‘힘세라’고 이름을 한글 세라로 지어줬어요.”
키가 1m63이 조금 못된다는 박세라(23·부산광역시청). 펜싱 에페는 전신공격이 가능해 키가 크고 팔이 긴 선수가 유리하다. 그런데 이 작은 선수, 통통 튄다.
11일 새벽(한국시각) 여자 에페 개인전 결승. 12-12에서 자신보다 큰 중국의 중웨이핑이 검을 쭉 뻗자, 그 검 밑으로 몸을 낮춰 상대의 발등을 검으로 ‘콕’ 찍는다. “세라의 발 찌르기가 성공하면 그 경기는 90% 이상 이긴거죠.” 윤남진 코치도 신났다. 14-13에서 박세라는 춤을 추듯 앞뒤로 움직이다 몸통을 찌르는 과감한 ‘정공법’으로 상대를 무장해제시켰다. 이번 대회 펜싱 첫 금메달. 그는 펜싱협회조차 금메달 가능성을 낮게 점친 선수였다.
고질적인 골반통증과 도하에서 걸린 감기몸살로 식은 땀을 흘리면서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별명을 묻자, “제가 이마가 좀 넓어서…. 마빡이라고 불러요.” 입을 가리는 손에 금빛 반지가 반짝인다. “커플링이에요. 남자친구에게 금메달을 약속하고 왔는데….” 그러자 윤 코치가 기자에게 얘기한다. “참 밝죠? 웃음을 잃지 않아요. 힘든 게 많았을텐데 전혀 티가 나지않아요.”
박세라가 중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이 헤어졌다. 노동일을 하는 아빠는 수입이 넉넉치 않았다. 동생은 둘. 그는 경기도 광주상고 졸업 뒤 대학 대신 실업팀으로 갔다. “그냥 돈을 좀 벌고싶더라고요. 동생들이 눈에 밟히기도 해서.” 그는 “원래 성격이 안그랬는데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꿨어요”라며 또 까르르 웃는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윤 코치는 “가족 뒷바라지하느라 힘들었을 거에요. 올해 골반통증 등으로 고생할 때 ‘도망가고 싶다’는 말도 하더라고요”라고 얘기했다. 그는 “세라가 기회가 되면 야간이라도 대학을 한번 가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아시아경기대회에 처음 나와 금메달을 딴 ‘검객 마빡이’는 13일 에페 단체전에서 2관왕에 도전한다.
도하/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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