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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보다 많았던 패배…휴식보다 훈련이 달다

등록 2010-01-21 19:38수정 2010-01-21 23:23

방귀만(27·국군체육부대)
방귀만(27·국군체육부대)
[36.5℃ 데이트] 유도 월드마스터스 우승한 방귀만




투기종목 선수들은 ‘철인’을 연상시킨다. 엄청난 훈련의 고통을 삭인 내공은 굳은 표정에서 드러난다. 처음 보는 이들은 ‘기계인간’을 만났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1분만 얘기해보라. ‘강골’은 외면상 이미지일 뿐, 감정의 섬세한 떨림이 느껴진다.

20일 용인대 무도대학 유도장에서 한국 유도 73㎏급의 새 강자 방귀만(27·국군체육부대)을 만났다. 16일 수원에서 열린 2010 월드마스터스대회 후유증으로 살은 빠져 보였으나 표정은 밝았다. “떨어지면서 목뼈 인대를 다쳤다”는 방귀만은 외국 선수들과 우의를 나누는 사흘 동안의 ‘트레이닝 캠프’에서 훈련중이었다.

이원희·왕기춘 제치고
뒤늦게 ‘세계 최강자’

단내 나는 체력훈련
묵묵히 참아낸 결과
“아직 1등이라 생각안해”

“좀 쉬면 안 되나요?”라는 말에, “훈련이 밥이고 약이다. 캠프 끝나면 태릉으로 간다”고 했다. 말이 군인이지, 방귀만은 태릉선수촌이 병영이고 내무반이다. 일요일 딱 하루 외박허가가 떨어지지만, “부천 집에 갔다 오기도 귀찮아서 태릉에서 텔레비전 보고, 노래 들으며 휴식한다”고 했다. 개그콘서트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고, 음악은 요즘 것을 다 좋아한다.

강훈련으로 유명한 정훈 남자대표팀 감독 체제의 선수들은 ‘지옥의 사자’들이다. 새벽 1시간30분, 오전·오후 2시간씩 훈련을 하면, “잠 말고는 딴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60도 경사진 패널 위에서 20㎏의 무게를 달고 1세트 80번씩 3세트의 윗몸일으키기를 할 때는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 방귀만은 “상대와 딱 맞붙어 보면 내가 준비를 잘했나, 못했나를 알 수 있다. 본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힘들어도 참는다”고 했다. 사실 5분 동안 매트 싸움을 벌이면 누구나 기진맥진한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고통 속에서도 상대를 넘기자면 체력에서 앞서야 한다.

방귀만은 그동안 승리보다는 패배가 많았다. 2004 아테네올림픽 66㎏급에 나섰으나 1회전에 탈락했다. 4~6㎏을 빼야 하는 체중조절 실패 탓이다. 2008년 3월에는 체급을 73㎏으로 올리는 모험을 단행했다. 하지만 베이징올림픽행 티켓은 5년 후배 왕기춘(22·용인대)이 챙겼다. 강자가 즐비한 73kg급에는 이원희(29·한국마사회)도 살아 있다. 이 상황에서 지난해 각종 국제대회에서 금메달 6개를 따낸 것은 불같은 각오 없이는 불가능했다. 정훈 감독은 “차분하고 냉철한 성격에다 체급에 완전히 적응했다”며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칭찬했다.


수원 마스터스대회부터 적용된 새 규정도 방귀만의 편이다. 허리 아래를 손으로 공격하면 무조건 반칙패인데, 기술이 뛰어난 방귀만에게 유리하다. 9월 세계선수권대회(도쿄)부터 각 나라 체급별 출전 선수가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늘어난 것도 희소식이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도 체급별로 한 명이 나가지 않고, 세계랭킹에 따라 출전권을 얻는다. 방귀만은 체급별 한 명 출전이 유력한 2010 아시아경기대회를 빼면, 라이벌 왕기춘과 선발전을 할 부담이 없어졌다.

방귀만은 그동안 ‘2인자’라는 말을 들어왔지만 절대 2인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세계랭킹 16위까지 출전한 마스터스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역시 “1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던히 자기와의 싸움을 해나갈 뿐이다. 기복 있는 플레이와 상대 흐름에 말리는 약점을 없애는 것은 급선무. 방귀만은 “과거에는 ‘사수불패’(결사적으로 지지 않는다)라는 말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나중에 후회하지 말자’가 좌우명”이라고 했다. 2012 런던올림픽에 시선을 맞춘 방귀만이 장기인 허벅다리걸기로 금메달을 메다꽂을 수 있을까.

용인/글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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