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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화 까칠녀” “승훈 품절남” “태범 모터범”

등록 2010-02-25 19:23수정 2010-02-26 14:16

생일을 맞아 취재진한테서 케익을 선물받은 이상화(가운데)가 25일 밴쿠버 하이엇호텔 코리아하우스에서 촛불을 끄려는 순간 모태범(왼쪽)이 이상화의 머리를 누르려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승훈. 밴쿠버/연합뉴스
생일을 맞아 취재진한테서 케익을 선물받은 이상화(가운데)가 25일 밴쿠버 하이엇호텔 코리아하우스에서 촛불을 끄려는 순간 모태범(왼쪽)이 이상화의 머리를 누르려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승훈. 밴쿠버/연합뉴스
한체대 3총사 이상화·모태범·이승훈 인터뷰
이상화 “다른 선수 뒷바라지”
모태범 “두 친구 있어 힘나”
이승훈 “팀 추월경기 잘할것”
 거침없고 솔직한 대화, 털털한 성격에 함박 웃음까지. 한국 빙상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금메달 3인방’ 이상화(21), 모태범(21), 이승훈(22)을 보면 벌써 봄 향기가 물씬하다. 여기 저기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자 세 선수가 25일(한국시각) 캐나다 밴쿠버 시내 하얏트호텔에 위치한 코리아하우스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했다. 이상화는 머리를 만지고 엷은 립스틱까지 발랐고, 모태범과 이승훈은 편안한 표정이었다. 셋은 어린 시절부터 절친 관계. 2월생 이상화와 모태범이 한 해 일찍 서울 은석초에 들어갔고, 이승훈은 리라 초등학교를 나왔다. 2007년에는 한국체육대학에 입학한 07학번 동기생이다.

 

“어떻게 땄는지 잘 생각이 안난다”(모태범) “예상치 못한 결과에 나도 놀랐다”(이상화) “운까지 따라줘 금메달을 땄다”(이승훈) 메달 소감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내려준다는 말이 있는데, 셋의 말을 들으니 꼭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화는 “아직 밴쿠버에 있어서 그런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한국가면 어떨지 모르겠다”고 했다. 빙속 1만미터 장거리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건 이승훈은 “네덜란드의 크라머를가 실격 당했다는 것을 알고 ‘하늘이 금메달을 나한테 주시는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경기를 마무리한 이상화는 가장 여유가 있다. 그는 “17일 경기가 끝난 뒤 다른 선수들 뒷바라지를 좀 했다. 간식을 챙겨준다거나. 어제 승훈이 경기를 보러 가려고 했는데, 시합 끝나고 여기저기 불려다니느라 힘들었다. 너무 힘들어서 텔레비전으로 봤다.” 머리 단장한 모습에 대해서는, “내가 한게 아니라 스타일을 내서 왔다. 여기서 할 일이 없더라고요”라며 근황을 전했다.

그러나 팀 추월 경기를 앞둔 모태범과 이승훈은 긴장을 풀 수 없다. “500, 1000, 1500m 타느라 너무 힘들고 끙끙 아팠다. 이틀 남았는데 최대한 컨디션을 끌어올리겠다. 열심히 준비하겠다”(모) “기쁘고 영광스럽다. 팀 추월도 잘 마무리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기쁜 마음으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훈)

셋은 메달의 바탕을 엄청난 운동량이라고 했다. 장단점도 밝혔다. “강한 훈련이 뒷받침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 큰 부담없이 편안한 경기를 한 것이 심리적으로 도움이 돼 좋은 성적을 거둔 것 같다. 장점은 지구력으로 자신있다. 스피드, 파워 부족한 것은 다음 시즌을 위해 더 준비하고 발전시켜 나가겠다.”(훈) “올림픽 메인 종목을 500미터에 맞추고 훈련했다. 500m를 위한 순발력, 자세훈련을 많이 했는데 도움이 됐다. 자세가 흐트러지는 것과 초반 100m에서 약한 것을 보완해야 겠다.”(상) “운동량이 너무 힘들었지만 참을 수 있었고, 올림픽 경기를 할 때 체력적으로 자신 있어서 열심히 탈 수 있었다. 500, 1000, 1500m 세 종목을 각각 다른 리듬으로 컨트롤 할 수 있었다. 하지만1500m 돌아갈때 절대 근력이 많이 부족한것 같다. 내년 시즌에는 승훈이 뒤에서 많이 연습해야 할 것 같다.”(모)


 

지독한 훈련량을 어떻게 소화 했을까. 혹시 포기할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이 부분에 대해 셋의 주관은 뚜렷했다. “뚜렷한 목표 있어서 멈출수 없었던 것 같다. 주변에서 도와주시는 분들도 생각해서 꼭 이루고야 말겠다고 마음 먹었다.”(훈) “올림픽이 두번째인데, 2006년 토리노 당시 운동하면서 어차피 메달 못딸거라고 생각하면서 포기가 많았다. 그러나 4년이 지나고 준비하는 기간 동안 메달에 대한 확신이 들고 자신감이 생겼다. 정말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면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견뎠다. 이것 아니면 안될 것 같기에 참아가면서 했다.”(상) “각가 목표가 있었기에 힘들어도 참을 수 있었다. 서로 친구이다보니 대화를 하면서 풀어나간 것이 많이 도움이 됐다. 두 친구가 있어서 힘이 됐다.”(모)

 

위기는 없었을까. 모태범은 “질풍노도의 시기, 중학교 2~3학년 때 운동을 왜하나 싶었다. 한달에서 20일 정도 운동을 안나갔다. 뭐만 해도 안좋은 일이 있었다. 그 시기에 어머니가 많이 아프셔서 내가 이러면 안되겠다싶어 정신차렸다. 그 이후로 어머니 속을 썪이는 일은 없었던 듯하다”고 했다. “토리노 끝나고 2007년 한해가 슬럼프였다. 월드컵에서 뛰었던 선수가 1등했는데 난 18등을 했다. 이제는 안되겠다는 생각 들었고, 이제 내 시대는 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꾸준히 하니 기량이 발전했다. 2009년 여름 발목을 다쳐서 두달 정도 쉬었을 때 다른 선수들 운동하는거 보며 밴쿠버 끝난건가 하고 생각했다. 재활 훈련 열심히 하고 발목이 나았지만 11월에 4~5위권이었다. 그러나 12월부터 올라가더라. 그거 유지하다가 밴쿠버 올림픽에 맞췄다.”(상) “쇼트트랙 대표팀 선발전에서 탈락한 작년 1년이 위기였다. 대표 선발전에서 열심히 해도 안되는 것도 있구나. 운도 따라야 되는구나 하며 회의를 느꼈다. 부모님이 괜찮다고 했다. 깊은 물에 빠졌을때 허우적거리는거보다 밑바닥을 치고 정상에 올라가는게 낫지 않나 생각했다. ‘난 밑바닥이니까 빨리 올라 갈수 있다’고 생각하며 버텼다.”(훈)

    

통통튀는 신세대. 농담도 잘하고 민감한 부분도 쉽게 터 놓는다. 서로의 매력을 묻자, “상화는 여자이기도 하고 일정이 빡빡해서 잘 못 만난다. 승훈이와는 남자라 통하는게 많다. 듣기로는 한국에서 이상화가 인기 많다고 들었는데, ‘까칠녀’라고 해야하나(웃음). 승훈은 최고죠. 이른바 품절남.”(모) “두 선수를 어렸을 때부터 봐왔고 선수촌에서도 많이 봐서 나가서 만날 일이 없다. 이승훈 선수는 보다시피 인물이 되서 승훈이가 더 인기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상) “태범이 같은 경우는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별로인데(웃음). 남자들한테 쿨하고 직선적이고 속마음은 여린 마음이 잇는 것 같다.”(훈)

 

서로가 생각하는 연인 이야기까지 진행됐다. 그러자 모태범 왈, “상화는 덩치가 크고 얼굴은 못생겨도 되고, 아니 어느 정도는 되고, 듬직한 남자가 좋을 것 같다. 승훈이는 연예인으로 따지면 ‘소녀시대’의 윤아와 잘 어울릴 것 같다.” “저희가 운동만 하다 보니까 두 사람이 나한테 매력을 못느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여자같고 조신한 사람 원할 것 같다. 소녀시대 같은 분들이 좋겠네요.”(상) “운동할 때 워낙 힘이 좋다보니까. 그런 상화를 감싸줄 수 있는 덩치가 있어야 할 듯. 그런 사람이면 될 것 같고. 태범이는 소녀시대 유리가 어울릴 것 같다.(웃음)”(훈).

 

셋은 김관규 감독에 대한 고마움도 드러냈다. “김관규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가르쳐주신 분이다.처음 대표팀 입촌했을 때 전에 배우는 자세와 달라 힘들었다. 차츰차츰 맞춰가며 성공할 수 있었다.운동할 때 엄한 분이다. 운동 아닐 때는 잘 풀어준다. 지금 이 자리 있게 한 분이다.“(상) “강한 훈련도 웃으면서 부드럽게 시킨다.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큰 도움이 된 것 같다.”(훈) “감독님께서는 나쁜 말씀 안하고 긍정적으로 유도 한다. 김용수 코치 선생님은 우리가 힘들어하면 먼저 다가와 말 한마디 해 주고, 우리 입장에서 말해준다.”(모)

 

서로가 자극이 된 것도 사실이다. 이승훈은 “은메달 따고 흐뭇했다. 분발해야겠다 압박감은 있었지만 친구들이 격려해줘서 큰 힘이 됐다. 친구들의 좋은 성적이 자극제가 됐다”고 했다. 앞으로도 셋은 서로 경쟁하고 격려하는 동반자가 될 것이다. “언제까지 한다고 지켜지는 것도 아니다. 오래하면 좋지만 부담감이 있을 것 같다. 2014 소치 올림픽 때 무조건 나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매년 계획을 세워 나의 한계를 체크하며 준비할 것”(모) “2014 소치까지 할 것 같지만 금메달 보장은 아직 없다.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인생의 목표는 이뤘다. 소치 때는 잘 못하더라도, 금메달 아니더라도 메달권 들게끔 하고 싶다.”(상) “지금 다음 올림픽 확실한 보장이 없다. 한 해 한 해 준비 잘해야 한다. 좋은 성적 낼 수 잇었던 게 선배들보다 부담감 덜해서다. 다음 대회에서도 마찬가지로 부담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할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를 하고 싶다.”(훈)

 

 

한국 가면 인기를 실감할까. 이상화는 “밴쿠버에서 사람들이 알아봐준다. 한국 가면 사람들이 알아봐줄지 궁금하다. 무덤덤할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모태범은 “한국 가서 맛있는 거 먹으러 가면 실감날 것 같다”고 했고, 이승훈은 “아직까지 실감이 안난다. 같이 즐거움 나누고 싶다”고 했다. 일시 장려금 등 포상에 대한 생각도 있다. 이승훈이 “몇개월 전부터 태범이와 준비중인 프로젝트가 있다.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하자, 모태범은 “사업이다! 흐흐”라며 웃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이상화는 취재진이 사온 21번째 생일(2월25일) 케이크를 앞에 두었다. 촛불을 끄기 위해 몸을 앞으로 굽히자, 옆에 있던 모태범이 이상화의 머리를 누르는 시늉을 한다. 장난꾸러기 ‘금메달 3총사’의 모습이 풋풋하다.

밴쿠버/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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