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폐막식 기수 맡은 핸드볼 대표팀 윤경신 ‘유종의 미’
26일 밤 금메달을 따낸 남자핸드볼 대표팀은 이튿날 오전 귀국했다. 하지만 윤경신(37·사진·두산) 선수는 동행하지 못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이어 폐막식에서도 한국 선수단 기수를 맡았기 때문이다.
27일 밤 폐막식에서 2m3㎝의 윤 선수는 당당하고 늠름하게 태극기를 흔들며 한국 선수단을 이끌었다. 사실상 마지막 아시아경기대회 무대였던 그는 이번에 금메달도 따고 난생처음 기수도 맡아 특별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서울 고려고 2학년이던 1990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베이징대회에 참가한 뒤 이번까지 6회 연속 출전해 5차례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가장 어렵게 금메달을 땄던 94년 히로시마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쿠웨이트, 카타르, 이란 등 중동 3국이 각본대로 금·은·동메달을 가져간 도하대회 때만 메달을 따지 못했던 그는 당시 “핸드볼 신이 와도 이길 수 없는 경기다. 지금까지 핸드볼을 한 게 창피하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4년 전 빼앗겼던 금메달을 되찾겠다는 각오가 남달랐다. 이란과의 결승전에서는 흐르는 공을 잡기 위해 코트에 몸을 날리는 투혼을 보여줬다. 그리고 상대가 추격해 올 때마다 시원한 중거리슛으로 골 그물을 갈랐다. 경기가 끝난 뒤엔 “4년 전 한을 풀었다”며 후배들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그리고 “태극마크가 내 심장에 새겨진 듯하다”는 말로 20년간 국가대표를 지낸 소회를 밝혔다.
남자핸드볼 대표팀 홍기일 코치보다도 나이가 많은 그는 아시아경기대회에선 은퇴를 선언했지만 2년 뒤 런던올림픽 참가 가능성은 열려 있다. 조영신 대표팀 감독은 “경신이가 런던까지 뛰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저우/글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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