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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들어올린 장미란

등록 2012-08-06 19:57수정 2012-08-06 23:37

'정들었던 바벨' 장미란이 5일(현지시각) 런던올림픽 역도 여자 75㎏ 이상급에서 2회 연속 금메달 도전에 실패한 뒤 아쉬운 듯 바벨을 짚은 채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정들었던 바벨' 장미란이 5일(현지시각) 런던올림픽 역도 여자 75㎏ 이상급에서 2회 연속 금메달 도전에 실패한 뒤 아쉬운 듯 바벨을 짚은 채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교통사고 후유증에도 4위
세월의 무게 내려놓고 눈물

바벨의 무게만큼 세월의 무게도 무거웠다. 그러나 더 무거운 것은 국민들의 끝없는 기대였다.

금메달은 당연히 따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스스로는 알고 있었다. 이미 자신은 그럴 자리에 있지 않다는 것을…. 금메달은 자신의 몫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한번도 드러내놓고 이야기 할 수 없었다. 교통사고로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또 나보다 어리고 힘 좋은 중국과 러시아의 역사들이 나를 이미 뛰어넘었다고.

장미란(29·고양시청)이 울었다. 이제 모든 것을 놓아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동안 참고 참았던 눈물이 복받쳐 올랐다. 항상 웃는 장미란이었다. “왜 그렇게 항상 웃어요?”라고 물으니 “제 덩치에 인상 쓰면 누가 가까이 오겠어요. 호호호”라고 웃던 장미란이 드러내놓고 울었다.

결코 동메달도 못 따서가 아니다. 동정을 얻고 싶어서도 아니었다. 이제는 내려가야 할 때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나왔다. 5일(현지시각) 런던 엑셀 사우스아레나에서 열린 올림픽 역도 여자 75㎏ 이상급에 출전한 장미란은 애초부터 목표가 동메달이었다. 경기 시작 전 장미란이 신청한 인상 1차 시기 중량은 120㎏. 이는 자신이 보유한 올림픽 최고기록인 140㎏에 비해 무려 20㎏이나 가벼운 것이었고, 이날 금메달을 차지한 중국의 저우루루(24·142㎏)나 은메달을 차지한 러시아의 타티야나 카시리나(23·148㎏)의 1차 시기 신청 무게에 크게 모자라는 것이었다. 용상의 1차 시기 신청 중량도 저우루루(178㎏)와 카시리나(177㎏)에 한참 못 미치는 155㎏이었다. 인상과 용상을 더해 순위를 정하는 역도에서 장미란은 경기 시작부터 금과는 거리가 멀었다. 결국 인상에서 125㎏, 용상에서 164㎏을 들어 동메달도 못 따고 4위를 차지한 장미란은 경기 뒤 “꼭 연습할 때 든 것만큼 들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용상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자신의 최고기록보다 17㎏ 적은 170㎏의 바벨을 뒤로 놓쳤다. 내심 목표로 했던 동메달마저 놓친 장미란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곧 냉정을 찾고 그동안 자신을 지켜준 바벨에 간접키스를 하고 기도를 올렸다. 자신을 믿고 끝까지 응원해 준 관중들에게도 감사의 큰절을 잊지 않았다.”

지난 대회 챔피언으로 올림픽 2연패를 노리기엔 장미란의 몸과 마음은 많이 상해 있었다. 2010년 1월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에, 계속된 훈련과 대회 출전으로 그의 목, 어깨, 허리, 골반 등은 금이 가고, 뒤틀리고, 지쳐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몸 상태를 공개하지 못했다.

게다가 자신을 추격하는 세계적인 젊은 선수들의 무서운 기세는 장미란을 강하게 압박했다.

“베이징 때보다 기록이 한참 못 미쳐서 국민들이 실망하셨을까봐 염려된다. 그러나 나는 가능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 장미란은 “아쉽지만 끝나서 좋다”고 말했다.

“역도는 정직한 운동”이라고 덧붙인 장미란은 “은퇴는 주변과 상의를 해 결정하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경기 전 용상 세계기록과 인상, 용상 올림픽기록을 갖고 있던 장미란의 이름은, 경기 뒤 완전히 사라졌다. 그 자리는 모두 저우루루와 카시리나 이름이 차지하고 있었다.

런던/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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