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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신의 기술’ 양학선 살던 곳은 비닐하우스 단칸방

등록 2012-08-07 00:14수정 2012-08-07 14:16

양학선이 6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노스 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체조 남자 도마에서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양학선 기술’로 공중에서 회전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양학선이 6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노스 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체조 남자 도마에서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양학선 기술’로 공중에서 회전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금메달 원했던 이유 부모님께 집 지어드리고 싶어서
“우리 부모님은 농부”라며 자랑스럽게 말해와
기술 비밀 어깨 좁아 수직축에서 회전 쉬워
한국 올림픽 첫 금메달…평균 16.533점 기록
“확률 99%.”

체조계 안팎에서는 양학선(20·한체대)의 금메달 확률을 99%로 봤다. 1%는 당일 컨디션에 따른 변수였다. 그만큼 양학선은 도마 기술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행운도 따랐다. 강력한 메달 경쟁자인 토마 부엘(26·프랑스)과 리세광(27·북한)마저 각각 부상과 징계 때문에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6일(현지시각) 노스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체조 남자 도마 결선. 큰 무대를 즐길 줄 아는 강심장으로 마지막 1%를 채운 양학선은 한국 체조가 올림픽에 참가한 지 52년 만에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런던올림픽 한국 선수 11번째 금메달이었다. 시상은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이 했다.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양학선은 도마 결선 1차 시기에서 최고 난도 7.4점의 ‘양학선 기술’(도마를 두 손으로 짚은 다음 공중에서 3바퀴(1080도)를 돌아 도마를 등지고 서는 기술)을 선보였다. 착지에서 두 발자국 정도 움직였으나 3회전을 정확히 해냈다. 1차 시기 점수는 16.466점(수행점수 9.066점). 2차 시기에서는 난도 7.0의 ‘스카라 트리플 기술’(옆돌리기 식으로 도마를 짚어 공중에서 3바퀴를 도는 기술)을 뛰어 정확하게 착지했다. 2차 시기 점수는 16.600점(수행점수 9.600점)이었다. 체조 점수는 난도+수행점수(10점 만점)로 이뤄진다. 1, 2차 합계 평균 16.533점. 2위는 데니스 아블리아진(16.399점·러시아), 3위는 이고르 라디빌로프(16.316점·우크라이나)였다.

2012 런던올림픽 체조대표팀의 양학선이 6일(현지시간) 런던의 노스 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기계체조 남자 도마 결선에서 우승한 뒤 시상대에서 밝게 웃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12 런던올림픽 체조대표팀의 양학선이 6일(현지시간) 런던의 노스 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기계체조 남자 도마 결선에서 우승한 뒤 시상대에서 밝게 웃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양학선의 장점은 빠른 회전 능력이다. 양학선의 훈련을 도운 체육과학연구원 송주호 박사는 “양학선은 수평속도를 수직속도로 전환시킬 수 있는 능력이 좋다”며 “양학선의 상체는 어깨가 좁고 중심으로 모아져 있어 수직축에서 회전하기 쉽다”고 했다. 이어 “양학선은 자신의 신체 장점을 충분히 이용할 줄 아는 영리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양학선은 여홍철 경희대 교수의 ‘여2 기술’(도마를 두 손으로 짚은 뒤 공중에서 두바퀴 반 돌고 도마를 바라보면서 착지하는 기술)을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한두번 시도하고서 곧바로 성공했다. 자신이 창안한 ‘양학선 기술’의 성공까지는 첫 시도 후 한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체조 기술 습득 능력이 뛰어나다.

양학선은 광주체고 3학년이던 2010년 처음 대표팀에 발탁돼 ‘여2 기술’로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 도마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난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기술 개발에 나섰고 작년 7월 고양컵에서 ‘양학선 기술’을 완성시켰다. 2011 세계선수권 도마 종목 우승을 안겨준 것도 ‘양학선 기술’이었다.

양학선의 부모는 전북 고창군에서 농사를 짓는다.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 때 금메달을 목에 건 뒤에도 그는 “우리 부모님은 농부”라며 자랑스럽게 얘기했었다. 양학선은 평소에도 태릉선수촌 훈련비로 받은 돈을 모아서 부모님께 부치는 막내 아들이었다. 그가 그토록 간절히 올림픽 금메달을 바랐던 이유는, 비닐하우스 단칸방에 사는 부모님께 집을 지어드리고 싶어서였다. 양학선의 금빛 착지는 부모님을 향한 효도의 노래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기도 했다.

김양희 기자, 런던/김동훈 기자 whizzer4@hani.co.kr

7일 새벽(한국시각) 런던 노스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체조 남자 도마 결선에서 한국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딴 ‘도마의 신’ 양학선(20·한체대)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1, 2차 시기 평균 16.533점을 얻어 2위 데니스 아블랴진(러시아·16.399점)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몸이 깃털처럼 가벼웠다”고 했다. 그는 1차 시기에서 불안한 착지를 한 뒤 “마음 속으로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며 아찔했던 순간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양학선은 1차 시기에서 난도 7.4점의 ‘양학선’ 기술을 선보여 16.466을 받았다. 먼저 경기를 마친 7명의 선수를 앞지르는 최고 점수. 착지에서 두 걸음을 움직였지만 최고 기술로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다. 그는 이어 난도 7.0점의 ‘스카라 트리플’을 완벽하게 선보여 16.600을 받으며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했다. 이전까지 자신을 포함해 16.5점을 넘은 선수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아주 높은 점수였다. 다음은 양학선과의 일문일답.

- 소감부터 말해달라.

“아직까지 실감나지 않는다. 체조에서 올림픽 첫 금메달인데 이상하게 아무 느낌도 없다.”

- 런던에 와서 나쁜 꿈을 꿨다는데 그 꿈 이야기 좀 해달라.

“시합이 끝나고 메달을 따지 못했다. 한국에 돌아가 태릉선수촌 숙소에 있는데 형들이 모두 나를 무시하더라. 꿈 속에서도 ‘제발 꿈이었으면’ 했다.(웃음)”

- 어젯밤에는 무슨 꿈을 꿨나.

“어제는 아니고 그저께 꿨다. 시합이 끝났는데 등수가 나오지 않더라. 그런데 부모님이 좋은 꿈 꿨다고 하시더라. 빨리 부모님께 전화해서 무슨 꿈인지 여쭤보고 싶다. 엄마가 꿈을 잘 꾸셔서 잘 된 것 같다. 감사하고 보고 싶다.”

- 어제는 잘 잤나.

“어제는 자려고 누웠는데 (긴장해서) 잘 못잤다. 그런데 꿈은 안꿨다.”

- 오늘 전략은?

“처음부터 양(학선) 기술을 쓰려고 생각했었다. 다른 선수들의 점수가 16.266 아래가 나오면 ‘여2’ 기술만 하자고 했다. 그런데 다른 선수들이 그 점수를 넘길래 내 기량을 모두 보여줬다. 몸 풀때도 혼잣말로 2등을 한 러시아 선수한테 ‘네가 잘해야 내 기량을 다 보여준다’고 되뇌었다.”

- 앞에 먼저 경기를 마친 7명의 선수들이 뛰는 것을 봤나.

“앞 선수들은 일부러 안 봤고 몸을 풀 때 6번 선수부터 봤다. 경기장에 들어가서 분위기만 적응했다.”

- 1차 시기에서 착지가 불안했는데 그때 심경은?

“1차 시기에서 두 발 움직인 뒤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 1차 시기 끝난 뒤 어떤 생각했나.

“그냥 차분하게 하자고 생각했다.”

- 2차 시기 ‘스카라 트리플’ 뛸 때 마음은?

“2차 시기 때 몸이 가벼웠기 때문에 한발만 짧게 움직이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몸이 깃털처럼 움직였다. 느낌이 진짜 깃털이었다. 몸이 잘 돌아가니까 완벽하게 꽂혔다.”

-훈련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잠을 잘 못 잘 정도로 힘들었고 기술이 안 될 때마다 초조해지고 몸보다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 스포츠 과학의 도움을 받았나?

“모르고 있던 것을 캐치해 준 것이니까 도움이 많이 됐고 구름판을 어디를 밟고, 각도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분석해 줘서 많이 보고 배웠다.”

- 몸 아픈 데는 없나.

“있다. ‘양학선’ 기술을 배우기 전에 반 바퀴 더 트는 연습을 하다가 발목을 다쳤는데 발목 다치지 않았다면 반 바퀴 더 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양학선’을 넘어 ‘양학선2’ 기술도 개발할 생각이 있는가.

“이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룰이 어떻게 바뀌는지 봐서 뒤로 감아뛸수도 있다. (룰 개정 여부가 결정되는) 올해가 지나봐야 알 것이다.”

- 불운한 한국 체조에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겼다. 감회는?

“선배들도 이렇게 기회가 왔었는데 선배들이 기회를 못 잡고 아쉽게 2등 해서 가슴이 아팠는데 이번에 저도 2등을 하지 않을까 걱정 많이 했다. 다행히 금메달 땄고 선배들에게는 감사하다는 말밖에 없다.”

런던/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한국 체조대표팀 조성동 감독은 “지도자로 세번째 도전 만에 금메달을 땄다”며 감회에 젖었다. 그와의 일문일답.

- 양학선 오늘 몸상태 어땠나.

“어제부터 컨디션이 올라왔다. 염려 말라, 잘하겠다고 했다. 학선이가 연습한 양이 있느니까 잘 될 것이라고 믿었다.”

- 오늘 양학선의 경기 내용 어떻게 평가하나.

“(1차 시기) 양학선 기술은 너무 잘돼서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렇게 잘 된 것 처음 본다.(웃음) 2차 시기 ‘스카라 트리플’은 완벽하게 했다.”

- 양학선은 훈련이 잘 안됐다는데….

= 여기 경기장의 스프링 구름판이 강해서 양학선의 몸에 잘 안 맞는다. 초청 경기 때 양학선이 이 경기장에서 8등을 했다. 여기 구름판은 몸무게가 무거운 선수들은 좋지만 학선이처럼 가벼운 선수들에게는 안 맞는다.”

- 어떻게 적응했나.

“다른 대회 때보다 일찍 열흘 전에 와서 적응 훈련 한게 도움이 많이 됐다. 한번은 헛발도 짚어서 깜짝 놀랐다.(웃음)”

- 한국 체조가 정말 많이 발전한 것 같다.

“그렇다. 1979년 태릉선수촌에 입촌해서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 예선에 나갔는데 한국이 꼴찌에서 4등을 했다. 당시 안마는 10점 만점에 6.4점을 받았던 창피한 시절이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때 한국이 처음 결승 올라갔다. 그리고 1991년과 92년 세계선수권 때 유옥렬이 금메달을 땄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여홍철이 금메달에 도전했지만 착지에서 실패해 은메달 땄다.”

- 개인적으로 감독으로서 세번째 도전 만의 금메달이다.

“이번에 마침내 금메달을 땄는데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했고, 코치들도 정말 고생 많았다. 선수와 코치들에게 고맙다는 말 꼭 전해달라.”

런던/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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