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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눈 안보였지만…‘악바리 투혼’으로 이겼다

등록 2012-08-08 05:06수정 2012-08-09 07:23

김현우가 8일 새벽(한국시각) 런던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급에서 금메달을 딴 뒤 태극기를 든 채 포효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김현우가 8일 새벽(한국시각) 런던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급에서 금메달을 딴 뒤 태극기를 든 채 포효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레슬링] 김현우, 그레코로만형 66㎏급 첫 금
오른쪽 눈 피멍 부상 당하고도
주특기 ‘측면 들어던지기’ 뽐내
“지옥같은 훈련 거듭해 강해져” 

유도하다 중학생 때 레슬러로
유럽선수 못잖은 엄청난 파워
기술 보완 4년 뒤에도 금 자신

오른쪽 눈은 퉁퉁 부었다. 준결승 때부터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사실상 한눈으로 매트에 올랐다. 하지만 결승에서 질 수는 없었다.

8일(한국시각) 영국 엑셀 런던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급에서 우승한 김현우(24·삼성생명)는 우직함의 대명사다. 멍든 눈을 하고 결승전 상대 터마시 뢰린츠(헝가리)를 세트점수 2-0으로 제압한 뒤에는 고통마저 잊었다.

김현우의 투혼으로 한국은 8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수확했다. 그레코로만형 66㎏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은 김현우가 처음이어서 더욱 값지다.

경기 뒤 런던 시내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 김현우는 눈 부상에도 투혼을 발휘한 이유를 설명했다. “감독님께서 ‘항상 정면으로 부딪히고 공격적으로 하라’고 해서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혔다.” 그 인내력은 태릉에서 단련됐다. 그는 “매일 온몸에 근육통 없는 날이 없을 정도로 지옥의 훈련을 했다. 하지만 그걸 즐기다 보니 체력과 정신력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고된 훈련을 치르면서도 서글서글한 미소를 잃지 않는 그를 박종길 태릉선수촌장이 가장 아낀다. 박 촌장은 김현우가 금메달을 따자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현우는 “촌장님이 항상 ‘우리 현우’ 하면서 챙겨주셨다”며 고마워했다.

김현우의 투혼에 외신도 놀라워했다. 미국의 <폭스스포츠>는 “김현우는 검고 파랗게 부어오른 오른쪽 눈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 승리를 거두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난 김현우는 평원중학교 때 유도에서 레슬링으로 전향한 미남 선수. 2006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주목을 받았고, 2010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금메달을 꿈꿔왔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동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레슬링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방대두 대표팀 감독은 “김현우를 지켜봐라. 힘이 정말 좋다. 일을 낼 것”이라고 장담했는데, 예상은 딱 맞아떨어졌다.

김현우의 장점은 지칠 줄 모르는 힘이다. 라운드를 거치면 힘이 빠지게 되지만, 김현우는 팔팔하게 움직인다. 힘이 센 동유럽 선수들도 혀를 내두른다. 특히 순간적으로 내는 파워는 세계 최고다. 김인섭 코치는 “현우는 기술적으로는 아직 50%도 완성되지 않은 선수”라고 평했는데, 이는 앞으로 다가올 2016 올림픽에서도 큰일을 해낼 것이라는 기대를 담고 있다.

김현우는 “몇 년 전부터 올림픽 시상대에 오른 모습을 상상하고 금메달 뒤풀이도 떠올려 보곤 했는데 실제로 시상대에 서니 아무 생각이 나지 않더라”고 했다. 밝은 미소의 김현우가 4년 뒤에도 금메달 뒤풀이를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런던/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 김현우 선수 인터뷰

퉁퉁 부은 눈으로 금메달 딴 김현우
“레슬링으로 내 인생 바뀔거라 생각했다”

- 소감은?

“지금 너무 기쁘다. 부모님이 너무 보고 싶다. 감독 코치님들이 정말 열심히 가르쳐주셔서 좋은 성적 날 수 있었다. 같이 고생한 선후배들에게 너무감사하다. 나 혼자 이뤄낸 게 아니기 때문에 주위에서 응원해주신 분들께 모두 감사드린다.”

- 눈 괜찮은가?

“오른쪽 눈이 안보여 결승전 때 한쪽 눈으로 시합했다. 그래도 정신력으로 했다. 많이 거슬렸는데 개의치 않고 ‘정신 집중하자’고 다짐했다. 예선부터 계속 부딪혀서 조금씩 조금씩 준결승 때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 시상식에서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생각은 없나?

“몇 년 전부터 올림픽 시상대에 오른 내 모습을 상상하고 세리머니도 떠올려 보곤 했는데 실제로 시상대에 서니 아무 생각이 나지 않더라. 하지만 상관없다. 금메달을 땄으니까.(웃음)”

- 금메달 예상했나?

“솔직히 과연 내가 딸 수 있을까 생각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다 좋아지고 자신감도 생긴다고 감독님이 말씀하셨다.”

- 강도높은 훈련 어떻게 견뎠나.

“훈련이 힘들지 않았던 적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코치님, 감독님께 너무 감사하다. 그런 훈련을 잘 버틴 내 자신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 금메달을 딴 뒤 매트 위에 태극기를 펼쳐놓고 절을 했는데….

“감독님과 코치님이 너무 고마워서 감사의 절을 올렸다. 태극기 앞에서 절을 한 것은 전 국민이 응원해 주신만큼 감사에 보답하는 의미였다. 관중석에 계신 (소속팀) 삼성생명 코치님께도 감사드렸다. 태릉선수촌에는 안 계셨지만 밖에서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

- 본인에게 레슬링이란?

“이게 내 삶의 전부다. 레슬링으로서 내 인생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만큼 열심히 했고 고생도 많이 했다. 체중 감량도 9~10㎏ 정도 많이 했다. 이제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

런던/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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