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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한순철의 못다한 외침
‘연아·도이야 사랑한다’

등록 2012-08-13 20:06수정 2012-08-13 22:00

한순철
한순철
올림픽 복싱 빛나는 은메달
결혼식도 못올린 대학생 아내에
금메달 선물하고 싶었지만 ‘눈물’
가족이 결승 원동력…12월 결혼식
끝내 이름을 부르지 못했다.

한순간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그 이름을….

눈이 퉁퉁 부어서, 입술이 터져서, 숨이 막히도록 기운을 다했어도 두살배기 딸내미인 ‘도이’와 사랑하는 아내 ‘연아’ 이름만은 링 위에서 크게 부르고 싶었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목이 터져라 부르겠다고 얼마나 다짐했던가. 그것이 그를 오늘까지 이끌고 온 원동력이자, 강렬한 바람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상대의 눈을 바라보자 자꾸 힘이 빠졌다. 속사포같이 파고드는 상대 주먹은 도대체 막을 수가 없었다. 엉덩이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빠졌다.

이미 두차례 국제무대에서 그와 맞붙었지만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12일 오후(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엑셀 런던 사우스아레나에서 열린 런던 올림픽 남자복싱 라이트급 결승에서 바실 로마첸코(25·우크라이나)에게 9-19의 큰 점수차로 판정패한 한순철(29·속초시청)은 경기를 마친 뒤 “그에게 겁을 먹은 것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한순철은 경기 초반부터 로마첸코에게 얼굴을 내주며 끌려다녔다. 로마첸코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며 우크라이나 복싱 영웅으로 떠 오른 선수. 한순철은 2008년 키예프에서 열린 ‘클리치코 형제 복싱대회’ 페더급 준결승에서 로마첸코에게 판정패했고, 2011년 마리우폴에서 열린 ‘마카르 마자이 기념 복싱대회’ 라이트급 8강에서 2라운드 기권패를 당했다. 이번엔 설욕을 하리라 다짐했지만, 링 위에서 한순철은 허둥대기만 했다.

직접 ‘곰탕’를 끓여주며 용기를 주었던 이승배 감독(1996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은 지고 내려오는 한순철에게 “괜찮아. 최선을 다했잖아. 고개 숙이지 마”라고 위로해주었지만 한순철은 아쉽기만 하다.

“경기 앞두고 아내와 문자를 했어요. ‘잘하라’는 아내의 문자에 ‘사랑한다’고 답했는데….”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서울시청에 입단한 한순철은 우연히 대학생 아내(임연아·22)와 사랑에 빠졌다. 결혼을 반대하는 장인 앞에 무릎을 꿇고 딸을 달라고 애원했다. 결혼식도 못 올리고 함께 사는 아내와 딸 도이, 그리고 홀어머니에게 한순철은 비록 금메달은 아니지만 한국 복싱에 16년 만에 은메달을 안겼다. 경기를 마치고 한국에 전화했다. 도이가 아빠를 불렀다.

“(아)빠… (아)빠….”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딸의 가느다란 목소리에 ‘딸바보 ’ 아빠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한순철은 12월 결혼식을 올린다.

글 런던/이길우 선임기자

사진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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