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이 지난 4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을 배경으로 발차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UFC 3월 마카오경기 앞둔 김동현
“승리 좋지만 져도 도전동기 생겨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경기 할 것”
“승리 좋지만 져도 도전동기 생겨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경기 할 것”
“바로 저런 불굴의 투지가 한국 격투사들이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요인입니다.”
지난 4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 특설링에서 열린 유에프시(UFC) 경기에서 후배 임현규(28·코리안탑팀)가 비록 지긴 했지만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놀라운 투혼을 보인 것에 대해 한국 격투사 ‘맏형’인 김동현(33·부산 팀매드)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3월 마카오에서 열리는 유에프시 메인카드로 링에 오르는 그는 마카오 대회 홍보 겸 같은 팀 후배인 강경호(27)를 격려하기 위해 싱가포르 현장을 찾았다. 그는 한국에 종합격투기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10년 전부터 일본의 격투기 무대로 진출한 격투계의 선봉장이다. ‘스턴 건’(전기충격기)이란 별명을 갖고 있으며, 국내 처음으로 유에프시에 출전해 9승2패를 기록한 웰터급 12위의 강자다. 지난해 10월 브라질에서 에릭 시우바를 통쾌한 2회 케이오(KO)로 눕히기도 했다.
김동현은 스스로에 대해 “전쟁에 나서는 전사의 심장을 갖고 있나 봐요”라고 표현했다. 어릴 때부터 상대와 맨몸으로 맞서는 순간이 행복했다. 그는 “지고 이기는 것은 다음 문제다. 이기면 좋고, 지면 도전하고 싶은 동기가 부여된다”고 했다. 용인대에서 유도를 전공해 유도 4단, 태권도 3단, 합기도 1단에 레슬링까지 익힌 것은 자산이다. 일찍이 일본 격투기 기구 ‘디프’에서 케이오 행진을 이어가다가, 2008년 5월 유에프시 데뷔전에서 전광석화같은 팔꿈치 공격으로 상대를 제압해 스턴 건 별명을 얻었다.
“학창 시절 저는 한번도 싸우지 않았어요. 물론 덩치가 커서 남들이 시비를 걸지 않았지만 동네 싸움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세계에서 가장 강한 사나이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동네 싸움으로 그것을 이룰 수 없잖아요.” 격투기가 잔인하다는 비난에 대해서도 김동현은 할 말이 있다. “피가 튀고 주먹과 발로 상대를 공격한다는 점에서 격투기는 폭력적입니다. 그러나 서로 약속한 규칙에 따라 각종 무술의 기술을 동원해 맞붙는다는 점에서 싸움과 다릅니다.” 그래서 치열하게 맞붙은 상대방에 대해 조금의 적개심도 품지 않는다고 한다. “다른 스포츠는 패배하면 억울하기도 하고 상대가 밉기도 합니다. 그러나 격투기는 모든 것을 다 퍼부으며 맞붙은 결과이기에 승패를 인정하고, 상대를 적이 아닌 동료로 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경기가 끝나면 서로를 진심으로 껴안으며 위로와 축하를 해줄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김동현은 무술뿐 아니라 ‘예능 끼’도 많다. 지난해 <한국방송>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빼어난 노래 실력을 선보였고, 지금은 한 케이블 텔레비전의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방송 출연은 격투기를 널리 홍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는 “가까운 시일 안에 한국인 유에프시 챔피언이 탄생할 것”이라며 “많은 사람을 열광하게 만드는 경기를 펼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 말에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유에프시 대회가 열리기에 기대도 크다.
싱가포르/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