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표팀의 안현수(왼쪽)가 15일(한국 시각)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팔라스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개인 1000m 결승 경기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축하를 해주는 한국 대표팀의 신다운과 포옹을 하고 있다. 2014.2.15 / 소치=뉴스1
1000m 결승선 1위로 통과한 뒤 신다운 안아줘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 것 같다”
“나로 인해 안 좋은 기사 나가는 것은 원치 않아”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 것 같다”
“나로 인해 안 좋은 기사 나가는 것은 원치 않아”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서 매우 기쁘다.”
15일(한국시각)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딴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기자회견장에서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다음은 안현수와의 1문1답.
-금메달 따는 순간 어떤 생각 들었나?
"마지막에 결승선을 들어올 때는 아무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머리가 하얘졌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뻤고, 관중들의 큰 함성소리에 감동을 받았다. 그런 자리에서 메달을 땄다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끝난 뒤 눈물을 흘렸는데, 눈물의 의미는?
“첫날 1500m에서 동메달을 따고도 눈물이 나는 걸 이를 악물고 참았다. 꼭 금메달 따고 이 기쁨을 누려보자 생각했다. 나도 모르게 8년 동안 이거 하나 바라보면서 운동했던 힘든 시간들이 생각났다. 그 8년의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 보답을 받았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던 것 같다.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눈물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신다운 선수를 안아줬는데
"승부를 떠나서 한국 후배들도 많이 힘들었을 거라 생각한다. 4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들지 않은 선수는 한명도 없을 거다. 목표인 금메달을 위해 경쟁하는 거지, 밖에 나와서 누구를 미워하고 원망하고 이런 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승부의 세계에서 경기가 끝나고 너무 수고했다는 마음도 크고 고생했다는 마음도 컸다. 남은 경기에서 나와 한국 선수 모두 집중해서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한국 선수로 3관왕 뒤 8년 만에 러시아 대표로 금메달을 땄다.
“이 운동을 너무 하고 싶었고 부상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이 너무 컸다. 내가 최대한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러시아로 오게 됐고, 그 선택이 지금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서 지금 이 자리가 나에게는 매우 의미있고 기쁘다."
-한국에서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안현수 귀화 과정을 조사토록 했다.
“이런 이야기에 대해서는… 기사보고 나도 많은 생각을 했는데 지금 이야기를 하자면 너무 길어질 것 같다. 이런 이야기는 올림픽이 다 끝나고 나서 하겠다.”
-귀화 과정에 대해서 너무 많은 말들이 있는데, 귀화한 이유를 이야기해달라.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예전에 어떤 일이 있었든지 그건 다 잊고 내가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선택을 한 것이다. 나로 인해서 안 좋은 기사가 나가는 걸 원치 않는다. 후배들에게도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선수들은 올림픽 기간이기에 경기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후배들에게도 미안하다. 내가 원치 않는 기사들 안 나갔으면 좋겠고, 선수들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다.”
-러시아 훈련 환경이 한국과 다른 점은?
"나는 부상을 한번 당했었고 아직도 무릎에 통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운동 중에 내게 가장 도움이 되는 운동을 했다. 나에게 맞춰서 할 수 있는 훈련을 했고, 그런 부분이 한국에서와 많이 달랐다. 또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기에 단거리 쪽으로 훈련을 많이 해서 한국에 있을 때보다 500m가 많이 좋아졌다. 그거 외에는 항상 나 자신을 믿고 자신있게 경기를 했고, 예전보다 편한 마음으로 즐기자고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안현수 합류 이후 러시아 선수들 강해진 것 같다.
“내가 러시아에 처음 왔을 때도 러시아 선수들은 내 생각보다 실력이 많이 향상된 상태였다. 같이 훈련 하면서 내가 배울 점도 많았고, 러시아 선수들이 나에게 배울 점도 있었다. 그런 부분이 잘 작용해서 러시아팀이 좋아진 것 같다. 이렇게 팀이 다 좋아진 것에 대해서 나도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15일 운석 금메달을 땄는데
“오늘 금메달은 특별한 금메달이라고 들어서 욕심이 났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 최대한 신경 안 쓰고 내가 할 수 있는 경기를 하도록 최대한 노력을 했다. 이번 금메달은 8년 만의 금메달이자 내가 받은 네번째 금메달이다. 남자 쇼트트랙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네개의 금메달을 땄다. 그래서 뜻깊은 메달인 것 같다."
소치/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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