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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랑의 ‘수호천사’ 나선 맏언니 조해리의 ‘살신성인’

등록 2014-02-16 13:38수정 2014-02-17 17:13

심석희(왼쪽부터), 조해리, 김아랑이 6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1위를 차지한 뒤 좋아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석희(왼쪽부터), 조해리, 김아랑이 6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1위를 차지한 뒤 좋아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대 선수들 견제하며 컨디션 안 좋은 김아랑 ‘호위’
김아랑 2위로 결승행…3위로 들어온 조해리는 실격
15일(한국 시각) 열린 소치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경기에서는, 심석희(17)의 은메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의 끈끈한 팀워크도 빛났다.

이날 컨디션이 가장 안 좋은 선수는 김아랑(19)이었다. 급성위염 때문에 식사도 제대로 못한 김아랑은 예선 5조 레이스에서 내내 뒤처져있다가 마지막 바퀴에서 가까스로 2위를 기록해 준결승에 오를 수 있었다. 예선 경기를 마친 김아랑은 펑펑 눈물을 쏟았다.

500m에서 동메달을 딴 박승희(22)의 부상 때문에 1500m 경기에 대신 출전하게 된 대표팀 ‘맏언니’ 조해리(28)는 예선 3조에서 여유있게 1위를 차지해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15일(한국시각) 열린 소치 올림픽 1500m 준결승에서 조해리가 추월을 시도하던 에밀리 스콧을 방어한 모습.  중계화면
15일(한국시각) 열린 소치 올림픽 1500m 준결승에서 조해리가 추월을 시도하던 에밀리 스콧을 방어한 모습. 중계화면
김아랑과 준결승 같은 조에 속한 조해리는 ‘수호천사’를 자처한 듯했다. 준결승 레이스 초반 6명의 선수 중 맨 뒤에 처져있던 조해리는 2바퀴를 돌고 서서히 치고나와 선두를 확보했다. 에밀리 스콧(미국)과 김아랑이 그 뒤를 따르는 상황. 곧바로 조해리는 스콧을 견제하면서 안쪽 자리를 내줬고 김아랑은 손쉽게 선두로 올라섰다. 컨디션이 안 좋은 김아랑을 앞세우고 조해리가 밀어주는 모양새였다. 나란히 선두권을 형성한 뒤 조해리는 ‘바람막이’가 됐다. 9바퀴를 남겨두고 스콧이 2위로 올라서고 발레리 말타이스(캐나다)까지 파고들었지만 조해리는 재치있는 몸싸움으로 2위 자리를 지켜내며 김아랑을 호위했다. 5바퀴를 남겨두고 아웃코스로 크게 돌아 치고들어오는 스콧을 제지하기도 했다. 레이스 막판 맹렬한 스피드를 뽐낸 리젠러우(중국)를 막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김아랑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었다.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은 조해리의 철벽방어 덕에 김아랑은 이렇다할 몸싸움도 겪지 않고 결승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3위로 들어온 조해리는 경합 과정에서 손을 썼다는 판정을 받아 실격 처리됐다. 맏언니의 ‘살신성인’이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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