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에바 삼코바가 16일(현지시각) 스노보드 여자 크로스 우승 뒤 웃고 있다. 소치/유에스에이 투데이 스포츠 뉴스1
소치 겨울올림픽
스노보드 금메달 체코 삼코바
여성인데 콧수염 그리고 경기
“4년전부터 그려…행운 가져와”
스노보드 금메달 체코 삼코바
여성인데 콧수염 그리고 경기
“4년전부터 그려…행운 가져와”
결승선을 통과할 때부터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스노보드를 집어 던지고 그것만으로 부족한지 함께 레이스를 펼친 경쟁자들을 끌어안고 다시 괴성을 지른다. 소치올림픽 여자 스노보드 크로스 우승자가 확정된 순간이었다. 카메라에 잡힌 이 선수의 얼굴엔 선명한 콧수염이 자라 있었다.
체코의 에바 삼코바(23)는 16일(한국시각)에도 가짜 콧수염을 그리고 경기에 나섰다. 이날은 체코 국기 색깔인 흰색과 빨강, 파랑을 칠했다. 압도적인 실력으로 결승과 준결승 모두 2위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로 들어왔다.
콧수염 덕분인지 행운도 따랐다. 슬로프를 가장 먼저 내려오는 선수가 준준결승과 준결승, 결승에 진출하는 스노보드 크로스는 종목 특성상 미끄러지거나 충돌하는 사고가 많을 수밖에 없다. 우승 후보로 꼽혔던 미국의 린지 제이커벨리스는 준결승전에서 선두로 내려오다 결승선을 200m 남겨두고 중심을 잃고 넘어져 탈락했다. 2010년 밴쿠버 대회 우승자 마엘 리커는 준준결승에서 넘어졌다. 이밖에도 크고 작은 사고로 부상을 입거나 탈락한 선수들이 많았지만 불운은 삼코바를 비껴갔다.
“2011년 처음 참가한 세계선수권에 콧수염을 그리고 나가서 5등을 했다.” 삼코바는 이날 우승을 차지한 뒤 <아에프페> 인터뷰에서 “이유는 간단하다. 콧수염이 행운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스키선수였던 삼코바는 이번 대회 프로필에서 “아침 일찍 해야 하는 스키 훈련이 힘들어서 스노보드로 종목을 바꿨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질색”이라고 전향 이유를 밝혔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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