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의 서영우(왼쪽부터), 마빈 딕슨, 원윤종, 윈스턴 와츠가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허승 기자
얼음 트랙 없어 아스팔트서 훈련, 한국팀과 ‘동변상련’
“열악해도 함께 경쟁해와” 한국팀에 깊은 애정 드러내
포기 모르는 ‘꼴찌’의 도전 “평창에도 반드시 출전할 것”
“열악해도 함께 경쟁해와” 한국팀에 깊은 애정 드러내
포기 모르는 ‘꼴찌’의 도전 “평창에도 반드시 출전할 것”
“꼬레아! 꼬레아!”
18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의 산키 슬라이딩센터. 봅슬레이 남자 2인승 결승인 최종 4차 레이스에서 역대 한국 최고성적 18위를 거둔 원윤종(29·파일럿), 서영우(23·브레이크맨)와 인터뷰하는 순간 갑자기 덩치가 큰 흑인 2명이 “꼬레아!”를 외치며 나타났다. 영화 ‘쿨러닝’으로 유명한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의 윈스턴 와트(47)와 마빈 딕슨(31)이다. 특히 와트는 1994·1998·2002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베테랑으로 위기에 빠진 자메이카 대표팀을 구하겠다며 12년 만에 팀을 구성해 출전 전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다.
와트는 한국팀에 깊은 애정을 과시하듯 사진을 같이 찍자며, “우리는 둘 다 열악한 조건에서 함께 경쟁해왔다. 한국은 매우 멋진 팀이고 우리는 그들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와트는 “지금까지 이렇게 빨리 성장한 팀을 보지 못했다. 4년 뒤 평창에서는 한국팀이 메달을 목에 걸 것이라고 믿는다”고 덕담도 했다.
1988년 캘거리 대회 때 육상선수들로 봅슬레이 팀을 꾸린 자메이카팀의 도전은 1993년 영화 ‘쿨러닝’으로 유명해졌다. 올해 소치에서는 선수로 복귀한 와츠 덕분에 올림픽에 재도전할 수 있었다. 출전 경비가 없어 위기에 빠졌던 자메이카팀은 한국 기업의 도움으로 소치에 올 수 있었고, 소치에 도착한 뒤에는 장비를 잃어버려 곤란에 빠지기도 했다. 얼음 트랙이 없어 아스팔트 위를 달리며 훈련한 것은 한국팀과 비슷하다.
자메이카팀은 이날 봅슬레이 2인승 29위로 감동적인 마무리를 했다. 2차 레이스까지 29위이던 세르비아팀이 3차 레이스에 출전을 포기해 사실상 꼴찌였지만 이들은 한바탕 축제분위기였다. 와트는 “팬들의 성원에 감사하다. 2018년 평창에도 반드시 출전하겠다. 난 그렇게 믿는다”고 했다.
소치/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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