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세계 1위 샤를 아믈랭(30)은 18일(한국시각) 소치 올림픽 무대를 1500m 금메달 하나만으로 정리해야 했다. 500m와 1000m에서도 우승 1순위였지만 그의 발목을 잡은 건 숙적 빅토르 안(29·이하 안현수)이 아닌 아이스베르크의 얼음판이었다.
아믈랭은 이날 열린 쇼트트랙 남자 500m 예선 8조에서 출발 총성이 울리자 월등한 기량으로 선두를 질주했다. 이렇다 할 경쟁자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아믈랭은 코너를 돌다가 갑자기 혼자 미끄러졌다. 밴쿠버 올림픽에 이은 500m 2연패의 꿈이 물거품이 된 순간이었다. 아믈랭은 지난 15일 1000m 준결승에서도 넘어지는 불운을 겪었다. 다른 선수들과 경합하는 상황도 아니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일이 연달아 벌어진 것이다.
아믈랭의 탈락으로 라이벌 안현수와의 올림픽 대결도 막을 내렸다. 안현수의 싱거운 판정승이다. 안현수가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2005년부터 아믈랭은 그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안현수가 3관왕(동메달은 1개)에 오를 때 아믈랭은 5000m 계주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2관왕에 올랐지만 그땐 안현수가 없었다. 물이 오를 대로 오른 1인자의 자격으로 아믈랭은 8년 만에 안현수와 소치 올림픽에서 조우했다. 1500m에서 동메달에 그친 안현수를 눌렀지만 더 이상의 대결은 없다. 아믈랭이 퇴장한 링크에서 안현수는 오는 22일, 500m와 5000m 계주에서 3관왕을 노린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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