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 제이컵 “골절 상태로 경기”
‘꼴찌’ 일본 여자 아이스하키팀 미소
첫 출전 통가 대표 바나니 “꿈 이뤄”
‘꼴찌’ 일본 여자 아이스하키팀 미소
첫 출전 통가 대표 바나니 “꿈 이뤄”
‘뚝.’ 오른쪽 발목에서 소리가 나자, 미국 스노보더 트레버 제이컵은 생각했다. ‘점프하고 착지하는 과정에서 발목이 부러졌구나.’ 결과는 간발의 차이로 4위. 결승 진출에 실패했는데도, 제이컵은 병원에 가지 않고 6~12위 결정전을 그대로 치렀다. 18일 미국 <유에스에이(USA) 투데이>는 “스노보드 남자 크로스 준결승에 출전한 트레버 제이컵이 ‘발목이 부러졌는데도 경기를 마쳤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고통을 참으며 경기를 뛴 제이컵은 최종 9위지만 도전정신은 금메달 이상으로 값지다. 병원에 가야 한다는 동료들의 만류도 뿌리쳤다고 한다. 그는 경기 뒤에도 “발목의 고통은 참을 만하다”고 말했다.
소치 올림픽에서는 제이컵처럼 성적을 떠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선수들이 화제다. 같은 날, 일본 여자 아이스하키대표팀은 외로운 여정을 끝냈다. 남녀 통틀어 아시아 나라에서 유일하게 아이스하키 종목에 참가했지만 결과는 최하위. 이날 7~8위 결정전에서 독일에 져 5경기 전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들은 활짝 웃었다. 훈련중에도 빙판에 드러누워 사진을 찍는 등 올림픽 자체를 즐기는 모습으로 ‘스마일 재팬’이라 불리며 관심을 끌었다. 수비수 곤도 요코는 경기 뒤 “소치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세계 정상급 팀들과 계속 경쟁하고 싶다”고 말했다.
통가 사상 처음으로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루지의 브루노 바나니(27)도 자신의 기록을 경신했다. 9일 남자 1인승 3차 시기에서 2분40초455로 최종 30위. 순위는 낮지만 개인 최고기록을 세운 그는 “꿈이 이뤄졌다”며 기뻐했다. 바나니는 올림픽을 앞두고 독일 속옷 회사 이름으로 개명해 관심을 끌었다. 원래 이름은 푸아헤아 세미. 자신을 후원하는 독일 속옷 회사 ‘브루노 바나니’가 마케팅 일환으로 권유했다고 한다. 통가는 2008년 올림픽 출전 선수를 공개 오디션으로 모집했고,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그는 루지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정부 지원으로 독일에서 훈련했지만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출전에 실패한 뒤 독일 회사의 후원을 받고 있다.
고령 선수들의 투혼도 화제다. 알파인스키 후베르투스 폰 호엔로에(55·멕시코)는 겨울올림픽 사상 두번째 고령 선수다. 가파른 경사로 출발조차 포기하는 선수가 나올 정도로 위험한 알파인스키를 도전정신으로 이겨낸다. 1984년부터 올림픽에 참가했는데 성적은 늘 하위권이지만 “멕시코를 알릴 수 있어 만족한다”며 즐긴다. 51살 때인 2010 밴쿠버 때 회전 46위, 슈퍼대회전 78위로 완주해 화제를 모았다. 독일 왕족 출신으로 별명은 ‘호엔로에 왕자’. 2007년 세계대회 경기 중 다리가 부러졌지만 은퇴하지 않고, 2009년 복귀했다. 22일 알파인스키에 출전한다.
40대인 라트비아 남자 아이스하키팀의 산디스 오졸린시(42)는 19일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팀 내 가장 오랜 시간인 21분52초를 뛰며 스위스를 3-1로 꺾는 이변을 이끌었다. 소치 올림픽에 출전한 아이스하키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은 핀란드의 테무 셀렌네(44)도 1도움주기, 1골로 겨울올림픽 사상 최고령 득점자로 이름을 남겼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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