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여왕‘ 김연아가 20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 경기장에서 열린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어릿광대를 보내주오‘ 선율에 맞춰 환상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14.2.20/뉴스1
역대 5번째 고득점, 올림픽 2연패 첫단추…“만족” 소감
프리 치열한 접전 예고…러 소트니코바 74.64점 ‘바짝’
리프니츠카야 65.23점·아사다 55.51점 16위 추락 ‘부진’
프리 치열한 접전 예고…러 소트니코바 74.64점 ‘바짝’
리프니츠카야 65.23점·아사다 55.51점 16위 추락 ‘부진’
“저도 사람인지라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었어요.” 아무리 ‘강철 심장’이라지만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워밍업을 하면서도 몸이 완전치 않아 보였다. 김연아는 “다리가 움직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나 링크에 선 뒤 음악이 흘러나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완벽한 점프를 뛰었다. 여왕의 마지막 무대를 망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피겨 여왕’ 김연아(24)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며 올림픽 2연패의 첫 단추를 뀄다. 김연아는 20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베르크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9.03점과 예술점수(PCS) 35.89점을 더해 74.92점을 받아 74.64점(기술점수 39.09, 예술점수 35.55)을 받은 러시아의 신성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김연아는 “‘연습 때 그렇게 잘했는데 시합에서 못 할 건 또 뭐냐’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믿고 몸을 맡겼는데 다행히 실수 없이 마치게 돼서 너무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연아의 라이벌로 급부상한 율리야 리프니츠카야는 다섯번째 수행과제인 트리플 플립 점프에서 넘어지는 등 단체전에서 발휘했던 기량을 모두 발휘하지 못한 채 65.23점(기술점수 33.15, 예술점수 33.08)으로 5위에 그쳤다. 오랜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24)는 첫 과제이자 필살기인 트리플 악셀(기본점 8.50)에서 넘어진 뒤 그 여파로 트리플 플립마저 실수를 범하는 아쉬운 연기로 55.51점, 16위에 그쳤다.
이날 김연아가 받은 점수는 자신의 역대 국제대회 성적 중 다섯 번째로 높은 점수이자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공식 집계하는 올 시즌 최고점이다. 한층 깊어진 표현력과 교과서 같은 명품 점프로 기술점수와 예술점수를 모두 최고 수준으로 받아냈다. 2위 소트니코바는 김연아보다 기술점수는 0.6점 높았지만 안무와 곡 해석 등에서 김연아에 미치지 못했다. 3위에 오른 캐롤리나 코스트너(74.12점)는 36.63점이란 높은 예술점수를 받았지만 점프의 완성도가 김연아에 비해 부족했다.
3조 5번째 순서로 연기를 한 김연아는 경기 전 워밍업을 하러 나왔을 때 긴장이 가득한 기색이 얼굴에 역력했다. 몸도 무거워보였고 워밍업도 평소보다 오래 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노란빛이 감도는 올리브그린색 의상을 입고 빙판에 등장한 김연아가 잔잔한 선율과 함께 팔을 뻗어 올리며 연기를 시작하자 김연아의 에너지는 금세 차가운 얼음판을 압도했다.
애절한 그리움을 담은 뮤지컬 삽입곡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를 주제곡으로 올 시즌 쇼트프로그램을 구성한 김연아는 고대했던 마지막 무대인 만큼 완성도 높은 연기를 보여줬다.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10점)부터 깨끗했다. 1.50의 수행점수(GOE)까지 더해 첫 과제부터 11.60점을 챙겼다. 이어서 트리플 플립(기본점 5.30점)까지 깔끔하게 뛰며 수행점수 1.10점을 보탰다. 김연아는 자신만의 독특한 변형 플라잉 카멜 스핀으로 레벨4를 받으며 연기의 전반부가 마무리됐다.
연기의 후반부는 더블 악셀로 열었다. 음악의 중간 지점인 1분25초를 지나 10%의 가산점이 붙어 기본점 3.63에 수행점수 1.07을 더했다. 소치 올림픽에 앞서 치른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와 국내 종합선수권대회에서 모두 의외의 실수를 저질렀지만 ‘강심장’답게 본 무대에서는 완벽했다.
이어서 김연아는 레이백 스핀과 화려한 스텝 시퀀스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두 기술 모두 레벨3에 그쳤지만 각각 기본점 2.40과 3.30에 수행점수 0.79, 1.14를 더했다. 잔잔하게 이어지던 음악은 김연아의 체인지풋콤비네이션 스핀과 함께 절정을 맞았다. 김연아는 마지막 스핀에서 최고인 레벨 4(기본점 3.50)를 받고 수행점수도 1.07점을 챙겼다.
스핀을 마친 김연아가 몸을 앞으로 내밀며 양팔을 부드럽게 뻗는 동작으로 연기를 마무리하자 객석에선 국적을 불문하고 환호가 터져나왔다. 연기를 직접 지켜본 외신 기자들도 김연아의 연기가 끝났을 때만큼은 펜을 놓고 박수를 보냈다. <워싱턴 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 샐린 젠킨스는 경쟁자들이 아직 연기를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이번에도 금메달은 김연아의 차지다. 정말 환상적이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김연아와 함께 출전한 김해진(17·과천고)과 박소연(17·신목고)은 각각 54.37점(기술점수 29.23, 예술점수 25.14)과 49.14점(기술점수 25.35, 예술점수 23.79)으로 18위와 23위에 올라 상위 24위까지 주어지는 프리스케이팅 출전권을 따냈다.
소치/허승 기자 raison@hani.co.kr
☞ 여왕의 귀환…김연아 쇼트 프로그램 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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