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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웃은 17일…드라마 끝나도, 감동은 가슴에

등록 2014-02-23 19:19수정 2014-02-24 13:37

소치 겨울올림픽

겨울왕국 달군 장면들
소치 겨울올림픽(2.7~23) 17일간의 열전이 끝났다. 쉼 없이 달려온 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은 차가운 얼음판을 녹이고도 남았다. 이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따뜻한 방 안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도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었다.

메달 소식이 없어 답답하던 대회 4일째. 이상화(25)의 스피드가 한순간에 폭발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1·2차 합계 74초70.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 이은 두번째 금메달이었고 12년 만에 올림픽 기록도 깼다. 1차 레이스 아웃코스에서 출발해 첫 코너를 돌아 인코스 선수를 추월하는 장면은 각국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출전하는 올림픽 무대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장관이었다. ‘빙속 여제’의 자리를 어쭙잖게 넘보는 자들을 향한 확실한 ‘실력행사’였다. 하지정맥류 증상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이상화는 “혹시나 리듬이 깨질까봐 치료해야 하는데 겁난다. 물리치료를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여제는 아직도 배가 고픈 것 같다.

여제 이상화, 2연패 감격
아사다, 마지막 무대서 눈물
빙속 경기장엔 ‘오렌지 광풍’
‘희자매’ 박승희·심석희 미소

‘피겨 여왕’ 김연아(24)는 화려하게 임기를 마쳤다. 쇼트와 프리 스케이팅에서 모두 깔끔한 클린 연기를 펼쳐 지구촌 팬들을 열광시켰다. ‘올림픽 2연패’를 저지한 석연찮은 판정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지만 김연아는 “내가 준비해온 모든 것들을 보여줄 수 있어서 만족한다”며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사람들의 질투나 텃세도 여왕에겐 하찮은 일일 뿐이었다. 김연아를 넘지 못한 동갑내기‘2인자’ 아사다 마오는 올림픽 마지막 무대인 프리 스케이팅에서 ‘필생의 기술’ 트리플 악셀(3.5회전)에 성공하고 펑펑 눈물을 쏟았다. 아사다 마오는 3월 일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뒤 은퇴 시점을 결정하기로 했다. 바야흐로 ‘연아 시대’의 폐막이다.

한국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이승훈(26)은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근성으로 박수를 받았다. 이승훈은 대회 첫날, 4년 전 밴쿠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던 5000m에 출전했지만 12위에 그쳤다.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스벤 크라머르(28·네덜란드)보다 14초85 뒤지는 부진한 기록이었다. 10일 뒤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마라톤’ 1만m 경기에서도 아깝게 4위에 그쳤지만 그는 낙담하지 않았다. 더욱 힘을 내어 단체전인 팀추월 경기에서 후배들을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팀추월에서 잘하려면 형인 제가 기죽어 있으면 안 된다”는 그의 말처럼 이승훈의 ‘형님 리더십’이 빛을 발한 것이다.

얼음판을 접수한 ‘공포의 오렌지군단’을 생각하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이번 성적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네덜란드는 떴다 하면 메달이었다. 스피드스케이팅 12종목에 걸린 32개의 메달 가운데 23개를 가져갔고, 한 종목에서 금·은·동을 4번이나 싹쓸이하기도 했다. 오렌지 광풍을 어렵사리 뚫고 메달을 2개 이상 가져간 나라는 한국과 폴란드·체코·러시아·캐나다뿐이었다. 네덜란드는 중장거리 최강자 크라머르(금 2, 은1)와 이레너 뷔스트(28·금2, 은3)를 필두로 7명의 선수들이 각각 메달 2개 이상을 쓸어담았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아들레르 아레나에는 오렌지빛이 자욱했다.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수확한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선수 개개인의 기량뿐만 아니라 팀워크까지 빛났다. 3000m 계주에서는 중국의 반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반바퀴 남기고 역전에 성공하는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이를 악문 막내 심석희(17)의 역주가 인상적이었다. 여자 1500m 준결승에서 맏언니 조해리(28)는 앞서가는 김아랑(19)을 결승에 올리려고 다른 선수들의 접근을 막는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1000m 결승에 오른 ‘에이스’ 심석희는 1위로 질주하는 박승희(22)를 무리하게 추월하려 하지 않았고 결국 박승희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밴쿠버 올림픽의 불운을 씻고 2관왕이 된 것이다. 박승희는 “혼자서 만든 금메달이 아니다. 석희한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고, 심석희는 “결과를 떠나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워서 뿌듯하고 좋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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