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최고 활약을 펼친 문태종한테 유일한 아쉬움은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울산 모비스에 패한 것이다. 17일 서울 서대문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다음 시즌에는 동생(문태영·울산 모비스)을 꺾고 우승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정규리그 MVP 문태종
모든 경기 출장 ‘해결사’ 통해
“그나마 동생에게 우승 뺏겨…
다음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
“체력? 승부처는 정신력이 중요
적어도 2~5년 더 뛰고 싶어”
모든 경기 출장 ‘해결사’ 통해
“그나마 동생에게 우승 뺏겨…
다음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
“체력? 승부처는 정신력이 중요
적어도 2~5년 더 뛰고 싶어”
불혹이 코앞이다. 하지만 농구계에선 문태종(39·창원 엘지)이 현역 최고의 공격수라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지난 시즌 국내 최고 연봉 6억8000만원을 받고 엘지로 팀을 옮긴 뒤, 이적 첫해 소속팀에 창단 17년 만의 첫 정규리그 우승을 안겼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가 그의 몫이었다. 포지션별 ‘베스트 5’에도 들면서 최고의 해를 보냈다.
17일 서울 서대문구 한 카페에서 만난 문태종은 “개인적으로는 프랑스에서 뛰던 1999년 이후 15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했기 때문에 특별한 느낌이 든다. 시즌을 준비하면서 목표로 했던 것들을 매 경기 하나씩 이뤄내면서 성취한 것이라 더 값지다”고 말했다.
‘재로드 스티븐슨’이란 이름으로 유럽 무대를 휘저은 뒤 몇배나 많은 연봉을 포기하고 ‘귀화 혼혈선수 문태종’으로 어머니의 고향에 온 지 4년 만의 결실이다. 2010년 국내 데뷔 첫해 만년 중하위권이던 인천 전자랜드를 단숨에 2위로 올려놨고, 3년 만에 옮긴 팀 엘지한테 이적 첫해 정규리그 우승을 안겼다.
시즌을 앞두고는 적지 않은 나이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많았다. 그는 “한국 나이로는 마흔살이지만, 만 나이로는 ‘아직’ 38살에 불과하다(웃음)”며 “결정적인 순간에 승부를 내는 클러치 능력은 체력보다는 정신력 문제다. 유럽에서 뛸 때도 항상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한결같이 상위권팀에서 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 시즌 결장 없이 54경기에 모두 출장해 평균 13.5점 4튄공잡기 2.5도움주기를 기록했다. 농구에서 경지에 올랐다는 뜻으로 팬들이 ‘타짜’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마지막 순간에 결정적 힘을 쏟아야 하는 ‘해결사’ 구실로 ‘4쿼터의 사나이’로도 불린다. 경기 안팎에서 차지하는 그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16살 차이 ‘막내’ 김종규가 “위기 순간에 태종이 형이 해결해 줄 것 같다는 존재감이 있다”고 말할 정도다. 김진 엘지 감독은 “팀에 중심을 잡아줬던 선수”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경기력뿐만 아니라 코트 밖에서는 차분하고 진중하면서도 열정을 잃지 않는 태도로 완숙미를 보이고 있다. 그는 “고참이라는 이유로 동료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보다 묵묵히 뒤에서 지켜보고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주려고 한다”며 “동료들과 신뢰가 쌓이면서 팀 전체 경기력이 올라간 것 같다”고 했다.
지난 시즌 유일한 아쉬움은 동생 문태영(36)이 뛰는 울산 모비스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아깝게 패한 것이었다. 그는 “그나마 우승을 뺏긴 상대가 동생이라서 나았지만, 며칠 동안 잠을 못 잘 정도로 아쉬웠다. 다음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자유계약선수(FA)로 1년 계약을 맺었던 만큼 새 계약을 앞두고 있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상당수 구단들이 ‘우승 청부사’로 그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엘지에 남을지 다른 팀을 택할지 모르겠어요. 적어도 2~5년 정도 더 뛴다는 생각으로 우승할 수 있는 팀에 가고 싶어요. 그다음에는 한국에서 아이들한테 농구를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농구 잘하는 선수로만이 아니라 좋은 이웃으로 기억에 남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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