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범진이 30일 인천 영종도 영종백운산엠티비(MTB)코스에서 열린 사이클 엠티비 남자 크로스컨트리 경기에서 내리막길을 질주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MTB 첫메달 노린 권순우 ‘5위’
응원하러 온 어머니 보고 눈물
남자 유범진·여자 유다정 6위에
응원하러 온 어머니 보고 눈물
남자 유범진·여자 유다정 6위에
펑크는 사이클 엠티비(MTB·산악자전거) 크로스컨트리 레이스를 위협하는 무서운 적이다. 2시간 가까운 레이스 내내 한순간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다. 몸의 무게를 두 바퀴가 지탱하지 못하는 찰나의 순간 운명을 바꿔놓는다.
한국의 아시안게임 사이클 크로스컨트리 첫 메달을 노리던 권순우(21)를 덮친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4.6㎞ 트랙 3바퀴째였다. “두바퀴째 돌 땐 없던 나뭇가지가 트랙에 있었어요. 그걸 피하려고 제 레인(반복해서 지나간 개별 선수만의 코스) 옆으로 길을 잡는데….” 앞바퀴에서 펑크가 났다. 앞뒤 바퀴에 전달되는 몸무게를 무릎 등 관절의 힘으로 적절하게 분배해야 하는데 짧은 순간 그 제어 과정을 놓쳐버린 결과였다. 타이어에서 공기가 빠져나가는 걸 감지한 이상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타이어 교체하는 시간까지 허비하면서 선두 그룹과 멀어졌다. 57초→2분58초→4분47초…. 따라잡으려 할수록 선두는 멀어져 갔다.
30일 인천 영종도 백운산엠티비경기장에서 열린 사이클 남자 크로스컨트리(27.6㎞=4.6㎞×6)의 금메달은 중국의 왕전(1시간42분34초)에게 돌아갔다. 홍콩의 천전싱이 은메달(1시간43분27초), 일본의 야마모토 고헤이가 동메달(1시간44분12초)을 차지했다. 권순우의 최종 기록은 1시간48분58초로 왕전보다 6분24초가 늦은 5위의 기록이었다. 3바퀴째부터 6위 자리를 줄곧 지킨 유범진(27)이 권순우보다 17초 늦게 들어왔다.
결승선을 통과한 권순우는 아쉬운 표정으로 선수대기실에 들어섰다 응원하러 온 어머니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펑크가 나는 바람에) 속상했는데 어머니가 ‘괜찮다’고 하시니까 눈물이 터졌다”고 했다. 그는 “오늘 경기를 통해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1년 동안의 합숙훈련이 큰 도움이 됐다. 국가대표로서의 정신적인 압박이 더 컸는데 이번 경험을 밑거름으로 좀더 큰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이클 엠티비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처음으로 자체 대표팀을 꾸렸다.
4.6㎞ 트랙을 4바퀴 달리는 여자 경기에선 유다정(22)이 1시간36분36초로 6위에 올랐고 금메달은 중국의 스칭란에게 돌아갔다. 이환열 대표팀 코치는 “한국 선수들의 체력이나 기술적인 능력은 아시아 정상급 가까이 올라왔다. 경기운영 능력이나 경험이 더 필요하다. 국제대회에 나가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월드컵을 치를 수준의 경기장이나 코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종도/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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