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공 늘고 파울·경기시간은 줄어
룰 변경 효과…득점도 다소 하락
룰 변경 효과…득점도 다소 하락
확실히 빨라졌다. 손쉬운 득점원으로 여겨졌던 골 밑에서 싸움은 더 격렬해졌다. 개막 첫주 프로농구에서 나타난 변화의 조짐들이다. 선수들의 몸은 힘들어졌지만 그만큼 볼거리가 늘어났다. 개막 뒤 9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이런 변화가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속공이 경기당 평균 5.8개씩 나오고 있다. 지난 시즌과 견줘 0.5개나 늘었다. 서울 라이벌전이 열린 12일 삼성-에스케이(SK) 경기에서는 무려 14개의 속공이 쏟아졌다. 지난 시즌까지 속공 기회를 번번이 끊던 반칙 장면은 보기 어려웠다. 올 시즌 일명 ‘한국형 유원(U1)룰’로 불리는 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이 도입되면서 속공의 맥을 끊는 반칙에 자유투 1개와 재공격권을 주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상민 삼성 감독은 “공격 흐름에서 멈추는 게 없어졌다. 수비에서 백코트도 엄청나게 빨라졌다. 경기 전에 심판들이 ‘규칙이 바뀌어서 혼란스런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양해해달라’고 하더라. 이런 방식이 정착되면 더 재밌는 경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높이보다 속도에 강점이 있는 ‘한국형 농구’의 특징이 도드라지는 셈이다.
불필요한 시간은 줄었다. 지난 주말 10경기 평균 경기 시간은 1시간35분(하프타임 제외)이었다. 지난해 평균 1시간37분보다 2분이 줄었다. 그만큼 군더더기를 없앴다. 농구의 또다른 묘미인 격렬한 몸싸움에 대해 심판들이 관대한 판정을 내리는 것도 빠른 경기에 도움을 주고 있다. 경기당 파울 수가 34개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 경기 38개씩 파울이 나왔다. 경기 흐름이 끊기는 횟수가 그만큼 줄었다. 몸싸움 허용 폭을 넓히면서 밋밋한 득점이 일어나던 골 밑에서 거친 몸싸움과 블록슛 등이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득점이 줄어드는 데 따른 우려도 있다. 지난 주말 10경기에서 평균 73.1점이 나왔다. 지난해 평균 75.4점보다 2점 이상 내려간 수치다. 개막날 케이씨씨(KCC)-동부전(59-65)과 동부-오리온스(54-66)전처럼 120점 초반대 득점으로 끝난 경기도 있다. 하지만 2~3점 정도 차이는 경기 막판 무분별한 반칙 작전 탓에 생긴 자유투 득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승부처 열기를 식히는 요인으로 지적됐던 부분으로, 득점 착시 효과와 경기 지연 요소가 동시에 사라지는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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