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츠를 구하라’ 인터뷰 전문
세이브더자이언츠는 어떤 모임이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 11월5일 집회를 주최한 팬클럽 모임(팬클럽연합회)과는 어떤 관계인지 설명을 부탁합니다.
Save the Giants는 자이언츠팬 커뮤니티 중 가장 많은 회원수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디시인사이드 롯데자이언츠 갤러리에서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오는 의견들과 아이디어를 종합하고 정리하여 대외적 홍보물과 상징적인 기능의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11월5일 집회를 주최한 팬클럽연합회가 ‘부산’의 ‘오프라인’을 대표한다면, Save the Giants는 ‘전국’ ‘온라인’을 대표하며 상호 협력하고 있습니다.
Save the Giants는 집회의 홍보나 인력문제, 일정 부분의 물품 조달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지난 1인 시위 때 사용된 근조화환을 지원해드린 적도 있고, 기타 포스터의 문구 등등도 롯데 자이언츠 갤러리의 익명의 회원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지원해드린 부분 중 하나입니다. 이 모든 지원에 필요한 금액은 롯데자이언츠 갤러리 팬들과 타 프로야구 팀 갤러리 팬분들, 다른 사이트 회원 분들, 그리고 Save the Giants 페이지를 보고 찾아오신 많은 분들 등등 수많은 익명의 후원자들께서 제공해주신 돈으로 충당되고 있습니다.
최하진 사장과 배재후 단장이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이문한 운영부장도 이미 사퇴했습니다. 현재 롯데 팬클럽연합회 또는 세이브더자이언츠의 상황과 세명의 사퇴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요?
최하진, 배재후, 이문한으로 대표되는 프런트 수뇌부들의 사퇴소식이 들려온지 몇시간 지나지 않아 전반적인 의견의 취합의 시간이 부족하여 통일된 의견을 아직 모으지 못했으나, 전반적인 입장은 최하진 사장, 배재후 단장, 이문한 부장의 사퇴는 당연한 일이며, 롯데그룹 차원에서 빠른 시일 내에 사표를 수리 해야한다는 입장입니다. 만약 사의가 표명되었으나 또다시 사표가 반려되는 사태가 반복된다면 퇴진 요구는 계속해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또한 이부분에 관하여는 팬클럽연합회의 입장도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난 팬들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홈페이지 캡처
“구단 프런트 수뇌부의 퇴장,
새로운 임원진 구성되면 활동 종료”
“선수단 미온한 대처도 비판받아야…
프런트 사퇴하면 선수단에도 요구할 것”
세이브더자이언츠 홈페이지를 보면 6가지 목적이 나와있습니다. 반복되겠지만, 세이브더자이언츠 또는 팬클럽연합회의 요구사항은 무엇인가요?
Save the Giants의 목적에 게시된 그대로, ‘롯데 구단 프런트 수뇌부의 무조건적인 사퇴와 정상적인 프로야구단 운영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임원진 구성’을 요구합니다.
기본적으로 저희 롯데 자이언츠 갤러리와 Save the Giants는 ‘선 프런트 후 선수단’이라는 모토로 시작되었습니다. 최동원 선수의 선수협 결성 당시부터 시작해서 롯데 자이언츠 프런트는 ‘원년구단’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행위들을 일삼아왔습니다. 이러한 롯데 자이언츠 프런트의 33년간 묵은 잘못된 관행을 확실히 뿌리 뽑기 위해, 매스컴의 관심이 집중된 이번기회에 선제 타겟을 프런트로 정조준한 것입니다.
하지만 프런트의 사퇴가 끝이 아닙니다. 프로 야구선수는 다른 말로 하지 않고 성적으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지 못하고 최종 성적 7위와 화요일 성적 5푼을 기록한 선수단도 분명한 질타의 대상입니다. 다만 프런트 문제로 인해 뒤로 늦춰졌을 뿐입니다. 그리고 선수단의 성명서가 기점이 되어 팬들의 집단행동이 벌어졌는데, 그 이후로 아직까지 추가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선수단의 미온한 대처는 충분히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프런트 간부들의 확실한 사퇴가 결정되면 선수들에게도 성적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와 앞으로 성실한 훈련 자세 등에 대한 결의를 요구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역시나 게시된 그대로 요구하는 목적이 달성 될 경우 그 즉시 별다른 조건 없이 Save the Giants의 활동은 종료하고 해산합니다.
목적 중에 “후임 운영진은 자이언츠 선수단을 프런트의 개입으로 좌지우지 하지 않는 진정한 운영진을 요구한다”에서 ‘진정한 운영진’의 요건으로 생각하는 건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는지요?
Save the Giants에서 요구하는 진정한 운영진이란 상식적인 사고방식으로 본인에게 맡겨진 직책에 최선을 다하는 운영진입니다. ‘특히나 운영진들이 실제 감독에게 주어진 고유한 권한을 침해하는 행위’, ‘운영진들이 팬들을 위한 야구단 경영이 아닌 야구단이 그룹 수뇌부의 소유물처럼 생각하고 다루는 행위’ 등과는 확실하게 구분될 수 있는 운영진을 요구합니다.
고쳐 말하자면, 현장의 코칭스태프에게 ‘쿨하게’ 일임하고 일절 ‘줄타기’나 참견을 하지 않는 프런트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용서할 수 없는 부분 중 하나를 예로 들자면, 선수들의 ‘어머니’로 알려진 1군 트레이닝 코치 두 분을 이유 없이 2군행을 통보한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프런트와 ‘라인’이 맞는 코치를 선임하기 위해 진정으로 팀을 위하는 코치를 내쳐버린 이 사건은 완벽한 프런트의 줄타기에 의한 인사조치였습니다. 이러한 행위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고 약속할 수 있는 프런트를 희망합니다.
성난 롯데 팬들이 경영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홈페이지 캡쳐
만약 신동인 구단주가 사퇴를 하지 않거나 후임으로 임명된 프런트가 일정 기준에 미달한다고 판단될 경우 세이브더자이언츠나 팬클럽연합회가 구상하고 있는 ‘다음 단계’ 계획이 있으신가요? 구단이 끝까지 팬들의 요구를 무시한다고 판단할 경우 어떤 대응을 하실런지요?
Save the Giants는 특수한 소수의 인원이 모여서 만든 단체가 아니라 전국 각지에 계시는 대다수의 롯데 팬분들이 모여 생기는 그분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곳이므로, 목표로 한 사항들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목표가 이루어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며 또한 충분히 그러한 역량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위에 말씀 드린 것처럼 Save the Giants는 온라인에 있는 다수의 팬들의 집합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전국적으로 롯데 자이언츠의 치부가 낱낱이 드러나고 팬들이 단체 행동까지 돌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시하고 흐지부지 시즌에 들어간다면, 이렇게 입맛대로 구단을 운영하는 팀은 더 이상 응원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팬들이 움직였음에도 바뀌지 않는 팀이라면 이제 떠날 뿐입니다.
이종운 새 감독의 사퇴도 요구하는 건가요? 이종운 감독을 포함해 어떤 분이 롯데 자이언츠를 이끌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이종운 새 감독에 대한 동의/거부에 대한 내용은 Save the Giants에서 지금도 앞으로도 관여할 생각이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월권행위로 비치는 부분은 일절 배제한 채 움직입니다. Save the Giants는 오로지 구단의 썩은 프런트 전면교체를 위하여 존재하며,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감독임명과 FA계약 등에 관여할 의사가 없습니다.
다만, 김시진 감독 사퇴 이후 팬들의 입에는 주로 김성근 감독과 제리 로이스터 감독처럼 카리스마 있는 감독이 오르내린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꼭 이 두 분이 아니더라도 능력 있는 분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이종운 감독의 역량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에 사퇴하라 마라고 논의할 이유도 생각도 없습니다. 그가 잘한다면 그걸로 문제없습니다. 감독의 인선에 그 이상 팬들이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롯데의 최근 부진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많은 분들께서 오해하시고 계시는 것들 중의 하나가 이번 사태가 롯데의 성적 부진으로 야기된 사태라고 하시는 부분입니다. 물론 프로야구단의 성적은 당연히 좋아야겠지만, 단지 성적이 나쁘다고 해서 이렇게 전국적으로 들고 일어나지 않습니다.
야구를 잘하기 위해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힘을 합쳤지만 성적이 안나오는 것이라면, 팬들은 화나지만 이해하고 오히려 더 격려 해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문제는 야구단 운영을, 좋은 성적을 내어 팬들에게 좋은 야구를 보여주겠다는 목표가 아닌 그룹 수뇌부들의 소유물로 여기고 입맛대로 운영한다는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졌기에 이렇게 분노하는 것입니다.
세이브더자이언츠 홈페이지 뿐만 아니라 자이언츠 홈페이지, 여러 뉴스들을 보면 “롯데가 이번에 아예 자이언츠에서 손을 뗐으면 좋겠다”고 하는 팬들의 목소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롯데 팬들이 이런 주장까지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요?
직전 질문에 대한 답변과 거의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는 비단 롯데 자이언츠의 문제가 아닌 전 구단이 안고 있는 공통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이번에 롯데 자이언츠는 CCTV 사찰이라는 초유의 범법사태가 함께 발생하여 충격을 더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타구단의 구단주들도 팬들을 위한 야구단 운영이 아닌, 그룹의 홍보물 또는 개인 소유물로 여기는 듯한 행동과 결정들이 많기 때문에, 자이언츠 팬이 아닌 타 팀의 많은 팬 분들께서도 저희 Save the Giants에 동감하시고 응원 해주시고 계십니다.
저희 Save the Giants 온라인 서명에 보시면 20% 이상이 타팀을 응원하시는 팬분들의 지지 서명입니다.
그리고 타 팀팬들이 잘 모르는 롯데 자이언츠 구단의 실책에 대해 언급하자면, 롯데 자이언츠 프런트는 지금까지 33년 동안 계속해서 팬들의 의견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본인들 생각으로만 구단을 운영해왔습니다. 선수협 문제로 인한 최동원 선수의 트레이드나 마해영 선수의 트레이드부터 시작하여, 지난 2010년에도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연임을 희망하는 팬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제리 로이스터 감독 재계약 운동을 벌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간단히 무시되었습니다. 거기에 이대호 선수의 연봉협상 잡음 등등이 있겠습니다.
구단에서 돈을 쓰는 액수는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대형 FA영입이 많다고 해서 구단의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삼성 라이온즈처럼 향후 백년대계를 보고 유망주의 육성에도 집중 투자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습니다. 2000년대의 소위 8888577로 불리는 암흑기에도 구단에서 팀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구단의 노력은 거의 없었습니다. ‘운 좋게’ 좋은 감독을 뽑아와서 잠시 부흥하였지만, 지금도 2군에서 올릴만한 유망주는 보이지 않고, 팀의 주축 선수들은 노쇠화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과제에 구단은 관심이 없습니다. 이대로 가면 롯데의 미래는 한층 더 어둡다고 생각합니다.
롯데팬들의 열정은 10개 구단을 넘어 국내 모든 프로구단을 통틀어서도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반면 야구단을 운영하는 롯데 입장에선 입장수입이나 팬들의 열정만으로 구단을 운영할 수는 없는 상황이구요. ‘구단 운영과 인사에 팬들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는 지점인데요. 만약 구단이 “팬들의 요구를 도대체 어디까지 수용해야 하느냐. 운영하는 입장도 생각해달라”고 한다면 어떤 반박이 가능할런지요?
프런트가 선수 기용과 선수 사생활에 개입하는건 정당하면서, 팬들이 그에 대해 반대하여 구단에 항의 하는 것은 너무하다? 먼저 구단에서 정상적인 모습과 정상적인 운영의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그럼 팬들도 정상적인 팬들로 돌아갈 것입니다.
거기에 짧게는 수년부터 길게는 수십년 동안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해온 팬들로서, 그동안 계속해서 ‘삽질’만 한 프런트 인사들의 퇴진과 선수들의 성의있는 태도에 대한 열망을 구단에 성토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팬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야구단 운영의 기초지식도 없이 현장에 개입하여 팬들을 실망시킨 현 프런트 간부들의 퇴임과 진심어린 사과. 그리고 내년부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됩니다. 이것이 수용 가능하다면 롯데 자이언츠는 곧 회생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팬들의 이러한 관심과 목소리조차 ‘우리 입장을 헤아려 달라’고 이야기 하며 무시해버린다면, 결국엔 앞서 말씀드린 대로 떠날 뿐입니다. 팬 없는 야구단이 과연 존재의의가 있는지, 롯데 자이언츠 구단 프런트와 간부들에게 꼭 묻고 싶습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