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운동경기에 쓰이는 공들의 모습.
[아하! 스포츠]
골프·야구·축구공 등
습도 높으면 비거리↓
제조공장 내륙에 짓고
공인구 검사도 ‘깐깐히’
건조한 쿠어스필드는
되레 습기 머금게 하기도
골프·야구·축구공 등
습도 높으면 비거리↓
제조공장 내륙에 짓고
공인구 검사도 ‘깐깐히’
건조한 쿠어스필드는
되레 습기 머금게 하기도
골프공(디아만테) 사업에 뛰어든 가수 이승철은 이런 말을 했었다. “골프공을 제대로 쓰려면 만든 지 3개월 안에 사용해야 한다.” 골프공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골프공에는 제조일자가 적혀 있지 않은데?
세계 골프공 점유율 1위(40% 이상) 업체인 타이틀리스트 쪽은 “골프공에는 유효기간이 없다”고 말한다. 타이틀리스트 관계자는 “1990년대 이전에는 코어로 쓰인 고무의 탄력성이 떨어지거나 삭아서 시간이 지나면 성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으나 1990년대 이후 솔리드 볼이 개발되면서 골프공의 유통기한은 옛말이 됐다. 상온에서 적절한 장소에 보관하면 수년간 성능의 차이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의견도 있다. 다른 골프공 제조업체 관계자는 “자동차 트렁크 등 온도 변화가 심한 곳에 골프공을 보관하면 1년이 유효기간이다. 창고처럼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공간에서는 2년이 유효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견해차는 있지만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보장되는’ 적절한 보관 장소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다. 습도는 골프공을 비롯한 모든 공에 치명적이다. 습기를 잔뜩 머금고 무거워진 공이 멀리 날아갈 리 없다. 골프공 제조 공장이 충북 청주 등 습도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내륙지방에 위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야구공도 한때는 습도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은박지에 싸서 보관했다. 물론 프로야구 한 경기당 180개 이상의 공이 사용되는 지금은 굳이 이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공이 귀한 크리켓 대표팀은 지금도 새 공을 은박지에 싸서 보관한다.
습도가 공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골프공 제조업체 스릭슨 누리집에는 “습도 50%와 습도 90%에서 똑같은 조건으로 드라이버로 공을 쳤을 때 비거리는 15야드 차이가 난다”고까지 적혀 있다. 또한 “높은 온도와 낮은 습도가 최적의 비거리를 만든다”고도 한다. ‘낮은 습도’에 대한 정확한 기준은 적혀 있지 않다. 공격적인 스트로크를 주무기로 하는 유명 테니스 선수들도 높은 습도를 꺼린다. 습도를 머금은 공은 무거워지고 그만큼 느려져서 공격의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낮은 습도가 어느 곳에서나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낮은 습도 탓에 공이 너무 멀리 날아가서 골머리를 앓는 스포츠 구단도 있다. 해발 1610m에 위치한 덴버의 쿠어스필드를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미국프로야구 콜로라도 로키스가 그렇다. 쿠어스필드는 고지대의 특성상 여타의 메이저리그 구장보다 공기가 가볍고 건조해 홈런 등 장타가 많이 나오면서 한때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렸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02년 콜로라도 구단은 공이 일정한 습도를 유지하도록 ‘휴미더’를 설치했다. 보통은 시가 담배 보관용으로 사용되는 휴미더의 내부 기온은 섭씨 21도, 습도는 50% 정도다. 휴미더에 보관되면서 습기를 머금은 공을 사용한 뒤 쿠어스필드는 홈런 생산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공인구 검사에서도 적정 습도는 중요한 체크포인트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용품 시험소의 권용규 과장은 “공인구 검사를 할 때는 규정된 온도(23도)와 습도(50%)가 맞춰져 있는 곳에서 해당 공을 하루 이상 보관하고, 여름에는 바깥 습도가 높기 때문에 2~3일 정도 보관한 뒤 검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야구공, 축구공, 골프공 등 적정 검사를 받기 위해 시험소로 온 공들이 모두 이 과정을 거친다. 축구의 경우 비가 올 때도 진행되기 때문에 공인구 검사 때 이틀에 걸쳐 축구공의 수분 흡수율까지 일일이 따져본다.
K리그는 경기 때마다 새 공을 사용한다. 한 경기를 위해 준비된 새 공은 총 6개. 배구 V리그 또한 경기 때마다 새 공 5개를 투입한다. 하지만 프로농구는 공의 마모가 심하지 않은 한 쓰던 공을 그대로 사용한다. 프로농구연맹 관계자는 “헌 공이 오히려 그립감이 더 좋기 때문에 선수들이 새 공을 꺼리는 편”이라고 했다.
글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