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현. 사진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현역시절 김승현(36)을 더 특별하게 만든 것은 그가 지닌 평범함이었다. 180㎝가 채 안되는 키, 왜소해 보이는 체격, 장난꾸러기 같은 외모…. 코트 위에서는 달랐다. 국내 유일의 신인상·최우수선수(MVP)상 동시 수상, 한시즌 평균 두자릿수 도움(2004~2005시즌·10.5개) 기록을 가졌다. 마술같은 패스를 본 팬들은 그에게 ‘매직 핸드’라는 별명을 붙였다. 올해 5월 은퇴를 선언했고, 지난 달엔 프로농구 해설자로 나섰다. 김승현은 “현역 때 ‘악동’, ‘차가운 선수’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언론에 비춰진 것과 달리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드는 걸 아주 싫어한다. 동네 형이 옆자리에 앉아서 농구를 설명해주는 것 처럼 편안한 해설을 할 것”이라고 했다.
28일 그를 서울 강남구 ‘아프리카 티비’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10살 때 농구를 시작해 26년이나 선수로 뛰었다. 김승현은 “선수로 더 뛸 수 있었고, 삼성에서 지휘봉을 잡은 이상민 감독과 호흡을 맞춰 보고 싶었다”며 “(마지막 소속팀이었던) 삼성이 계약을 포기하자 불러준 팀이 있었다. 다른 팀에서 후배들 자리를 뺏는 것 같았고 삼성에서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서 은퇴를 택했다”고 말했다.
은퇴를 선언하자 케이블 텔레비전에서 먼저 해설위원 자리를 제안해 왔다. 편안한 모습으로,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인터넷 방송을 택했다. 프로그램 이름은 자신의 별명을 딴 ‘김승현의 매직 핸드’로 정했다. 한 달여 만에 프로그램 팬클럽이 300명을 넘었다. “집에서 커피 마시면서 농구를 보듯 자연스럽게 팬들과 소통하려고 해요. 오늘도 시청자 주려고 농구공을 가져왔는데, 애장품을 ‘미끼’ 삼아 팬도 많이 확보할 겁니다.” 코트 밖에서 농구를 보면서 새삼 배우는 것들이 많아졌다. “밖에서 보니까 경기가 말도 안되게 잘 보인다. 흐름을 뺏기지 않는 팀이 강팀이란 걸 새삼 느끼게 된다”고 한다.
최근 프로농구의 인기가 추락한 데는 아쉬움이 크다. 그는 구단과 프로농구연맹(KBL)의 홍보·마케팅 역량 확보가 절실하다고 했다. “지금도 김선형, 강병현 처럼 스타급 외모와 기량을 두루 갖춘 선수들이 즐비해요. 활용하지 못할 뿐이에요. 비시즌 때 예능 프로그램 등에 출연시키는 방법만 활용해도 지금보다 팬들이 열 배는 많아질 겁니다.” 저득점 현상을 해결하고, 긴장감 넘치는 경기를 만들기 위해 연맹이 규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프로농구가 그들만의 리그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는 게 급선무”라고 꼬집었다.
김승현은 자신의 경험과 기량을 전수할 지도자를 꿈꾸고 있다. 해설위원도 그 길로 가능 과정의 하나다. “지도자에 도전하겠다는 목적은 뚜렷해요. 가드의 구실이 다른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해서 승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잖아요? 선수들의 장점을 살리는 지도자로 코트로 돌아가고 싶어요. 언제 기회가 올 지 모르는 만큼 지금은 ‘경기를 보는 시야’를 키우고, 이기는 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글·사진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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