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문태영 선수, 하승진 선수.
각 부문 ‘톱10’에 달랑 1명씩
3점슛 1위도 라이온스에 내줘
내년엔 외국인 2명 동시 출장
기록 독식 현상 더 심해질 듯
3점슛 1위도 라이온스에 내줘
내년엔 외국인 2명 동시 출장
기록 독식 현상 더 심해질 듯
프로농구 기록판 상위권에 국내 선수들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29일 현재 득점 ‘톱 10’은 외국인선수 9명이 점령하고 있다. 고양 오리온스의 돌풍을 이끄는 트로이 길렌워터(평균 22.6점·1위)와 서울 삼성의 리오 라이온스(20.8점·2위)를 비롯해 각 구단 에이스급 외국인 선수들이 득점 부문을 독식한 상태다. 국내 선수는 문태영(36·울산 모비스)뿐이다. 문태영은 올 시즌 26경기에서 평균 17.5점으로 득점 7위에 올라 있다.
튄공잡기 상황도 비슷하다. 외국인 ‘빅맨’ 9명이 랭킹 10위 안에 줄줄이 포진했다. 이들은 경기당 평균 7.1~10.9개에 이르는 튄공을 잡아내며 골밑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보이고 있다. 국내 선수로는 경기당 튄공 10.9개를 잡는 하승진이 2위에 올라 체면치레를 했다. 하승진은 올 시즌 부상 여파로 21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시즌 전체 튄공잡기 개수는 1위 라이온스(337개)에게 126개나 뒤진 211개에 불과하다.
국내 선수들이 독점했던 3점슛 부문마저 라이온스(평균 1.97개)에게 1위를 내줬다. 골밑 공격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유투에서도 문태영(3.65개·4위)을 뺀 상위 10명이 모두 외국인 선수다. 경기에 화려함을 더하는 덩크슛 부문 10위권에도 외국인 선수가 9명이다. 그나마 김종규(LG)가 평균 1.20개로 1위를 달리는 게 위안거리다.
다음 시즌부터 프로농구는 외국인선수 2명 동시 출장을 허용하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의 기록 독식 현상은 모든 포지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인기 부활’을 선언한 프로농구연맹(KBL)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박건연 <엠비시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과거에는 골밑에 힘과 높이를 갖춘 서장훈, 현주엽 같은 선수가 있었고, 외곽에도 득점 경쟁력을 갖춘 국내 슈터들이 프로농구의 인기를 이끌었다. 외국인 선수들도 뛰어난 기량을 보여야 하지만 국내 선수들이 승리를 돕는 구실에 머무는 것은 아쉽다. 국내 선수들이 스타로 성장하는 게 프로농구 인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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