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모비스의 선두 독주가 멈췄다. 모비스와 ‘2강’으로 분류됐던 서울 에스케이(SK)에 올 시즌 처음 선두 자리도 내줬다. 최근 9경기에서 5승4패다. 톱니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조직력이 삐걱거린다. 이 기간 동안 한 차례도 상대를 60점대로 막지 못했고, 80점 이상 실점이 세 차례나 나왔다. 시즌 초반 11연승의 기세는 온데간데없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뜻밖에 여유를 보이고 있다. 그는 “경기를 하다 보면 아무것도 제대로 안 되는 날이 있다. 그래도 이런 경기 뒤에는 또 잘한다”고 말했다. 믿는 구석이 있다는 말로 들린다. 시점이 공교롭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모비스는 올스타전 휴식기에 들어갔다. 13일까지 8일간 장기 휴식이 주어진다. 모비스는 해마다 올스타 휴식기를 활용해 팀을 정비했다. 선수들이 최대한 숨고르기를 하고, 시즌 막판 재상승 곡선을 그리는 식이다.
2012~13 시즌엔 올스타 휴식기 이후 19승2패를 기록했다. 시즌 마지막 13경기를 모두 이기는 등 승률 9할을 넘는 괴력을 발휘했다. 다른 팀들이 체력과 정신력 하락을 걱정할 때 모비스는 더욱 힘을 냈다. 지난 시즌에도 모비스는 올스타전 뒤 28경기에서 22승(6패)을 따냈다. 시즌 마지막 12경기에서는 단 1패(11승)만 기록했다. 여세를 몰아 챔피언결정전 우승컵을 든 것도 정규리그 우승팀 엘지(LG)가 아닌 모비스였다.
반 경기 차 선두로 나선 에스케이가 모비스를 방어하는 입장이 됐다. 최근 7승1패로 맹추격전을 벌여 올스타 경기 이전 모비스를 2위로 끌어내렸다. 지난 시즌 올스타 휴식기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배웠다. 당시 에스케이는 막판 28경기에서 19승(9패)에 그쳐 모비스에 ‘2위 뒤집기’를 당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세리머니를 속절없이 지켜봐야 했다.
문경은 에스케이 감독은 “최근 상대 팀들이 집중적인 지역방어를 펴는데, 이번 휴식기에 잘 대비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1위 싸움을 치열하게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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