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호주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8강전 한국 대 우즈베키스탄 경기. 손흥민이 연장 전반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무쇠팔’ 최동원·‘야생마’ 김주성
국외팀 러브콜에도 진출 좌절돼
‘4할타자’ 백인천은 정부가 배려
군인 신분으로 일본서 선수생활
국외팀 러브콜에도 진출 좌절돼
‘4할타자’ 백인천은 정부가 배려
군인 신분으로 일본서 선수생활
국내 스포츠 스타들의 병역 문제는 1960년대에도 ‘뜨거운 감자’였다.
‘프로야구 유일의 4할 타자’로 남은 백인천(72)은 1963년 일본 프로야구에 입단해 뛰어난 활약을 보이자 정부 차원에서 20대 후반까지 군 입대를 연기해준 경우다. 1960년대 말 국내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병역 기피 논란이 일자 귀국해 육군에 입대했다. 당시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이원국도 함께 한국에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백인천은 이듬해 중앙정보부(KCIA) 소속 현역 군인 신분으로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국외파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정부의 배려 덕분이었다.
무쇠팔로 유명했던 투수 최동원(2011년 사망)은 23살 때 미국프로야구(MLB) 토론토 구단과 계약을 맺고도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끝내 미국 진출이 좌절됐다. 프로 선수 등록까지 마쳤던 최동원은 아마추어 자격을 상실해 태극마크마저 잃게 됐다.
최순호(53·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도 병역 문제 탓에 벨기에 진출이 좌절된 경험이 있다. 그는 1986년 벨기에 프로팀 세르클러 브뤼허(Cercle Brugge)로부터 “소속팀 포철에 이적료 1만달러를 지급하고, 선수에게는 독일에서 뛰는 차범근급 연봉 대우를 해주겠다”는 이적 제안을 받았다. 1981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우승 멤버로 병역 특례를 받았던 최순호는 ‘일정 기간 이상 (국내에서) 같은 업종에 종사해야 한다’는 조건부 병역 특례에 묶여 국외 진출의 꿈을 접었다. ‘그라운드의 야생마’로 통하던 김주성(49·대한축구협회 심판운영실장)도 최순호와 같은 이유로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의 스카우트 제의를 포기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인 김주성을 놓고 오스트리아 외무부 차관까지 나서 우리 정부에 “유럽 진출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예외는 없다”는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야구도 2000년대 미국프로야구 진출이 늘면서 병역 회피 논란이 불거졌다. 백차승(35·은퇴)이 대표적이다. 백차승은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군 복무를 위해 돌아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조건부 비자를 발급받았다. 하지만 그는 2005년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국내에선 병역 기피자가 됐지만, 미국에서 한동안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최근에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야구)과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축구)을 통해 스타급 선수들의 합법적인 국외 진출 사례가 많아졌다. 추신수·강정호(이상 야구)·기성용·구자철·김보경·지동원(이상 축구) 등이 그 예다. 축구대표팀 손흥민(25·레버쿠젠)처럼 병역 문제 해결이 안 됐지만 “아직 젊고 시간이 많다”며 여유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남자프로농구 전자랜드 엘리펀츠와 동부 프로미의 경기에서 동부 김주성이 개인 통산 3천830 리바운드를 달성,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으로부터 축하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백인천 선수. 스포츠 서울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