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영만 동부 프로미 감독, 문경은 SK 나이츠 감독
프로농구 동부·SK, 마지막 두 경기씩 남기고 ‘공동 2위’
람보가 사마귀에게 꼼짝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1990년대 문경은(44·현 서울 SK 감독)은 국내 최고의 스몰포워드로 이름을 날렸다. 힘이 넘치는 외곽슛 덕분에 ‘람보 슈터’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사마귀 슈터’ 김영만(43·원주 동부 감독)이 그를 막아서면 이상하게도 힘을 쓰지 못했다. 당시 중앙대는 김영만을 앞세워 문경은을 묶은 뒤 실업팀 삼성전자에 종종 승리를 낚았다. 김영만은 실업팀 기아에서 뛸 때도 ‘꿩 잡는 매’처럼 문경은을 전담 수비했다. ‘찰거머리’ ‘천적’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공격에서도 김영만은 3점슛과 득점에서 문경은을 따라잡고 1인자 반열에 올랐다. 문경은은 국가대표 스몰포워드 자리마저 김영만에게 내줘야 했다.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는 문경은 에스케이 감독이 앞서고 있다. 문 감독은 2012~13 시즌 감독 부임 첫해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이후 세 시즌 동안 한 차례도 3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았다. 김영만 동부 감독은 올 시즌 정식 감독에 부임해 에스케이와 정규리그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사령탑으로 다시 만난 이들은 올 시즌 뜨거운 2위 공방을 펼치고 있다. 팀별 정규리그를 두 경기씩 남긴 가운데 나란히 35승17패로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정규리그 2위에는 한 장 남은 플레이오프 4강 직행 티켓이 주어진다.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를 치르지 않아도 돼 챔피언결정전까지 가는 길이 한결 가볍다. 동부가 상대적으로 약체인 부산 케이티(KT·7위)-서울 삼성(10위)과 경기를 남겨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김 감독은 “3연패를 당하고 있는 만큼 연패 탈출이 급선무”라며 말을 아꼈다. 에스케이는 시즌 마지막 경기가 난적 고양 오리온스(4위·31승22패)인 점이 부담스럽다. 문 감독은 “최근 동부를 상대로 한 승리가 플레이오프 준비와 팀 분위기에 중요했다”며 기대를 내비쳤다.
정규리그 2·3위가 4강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만날 수 있어 이들이 챔피언결정전 길목에서 다시 마주칠 수도 있다. 정규리그에서는 상대 전적 3승3패로 균형을 맞췄다. 동부가 득점·튄공·도움·슛성공률 등에서 앞섰지만, 최근 맞대결에서 이긴 에스케이가 분위기를 타고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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