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희(왼쪽)가 8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센트루 2관에서 열린 여자 역도 53㎏급 결승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뒤 남편인 원정식 선수의 목에 동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남편은 아내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시상대로 걸어가는 모습은 한껏 여유로워 보였다. 아내는 남편을 향해 손을 흔들며 세상에 둘도 없는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가슴속에서 뜨거운 감정이 올라왔다. “아내가 너무 대견하다.” 2016 리우올림픽 여자 53㎏급 결승이 열린 8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센트루 2관. 그곳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부가 있었다.
윤진희(30)는 이날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은메달 이후 은퇴했던 터라 더욱 그래 보였다. 제 기량을 발휘 못하면서 중국의 리야쥔, 대만의 쉬수징, 필리핀의 하이딜린 디아스 등에게 뒤져 4위로 밀리는 듯했다. 메달권에 근접하기에는 상대 선수들이 너무 강해 보였다. 용상에서 111㎏을 3차 시기에 성공하고 들어오면서도 아쉬운 표정을 지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일부 취재진이 경기 도중 근처 유도 경기장에서 열리는 안바울의 결승경기로 이동했을 정도로 메달에 대한 기대감이 없었다.
하지만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인상에서 101㎏을 들었던 리야쥔이 금메달을 의식해 용상에서 쉬수징이 성공한 무게보다 더 들려다 실격 처리됐다. 전광판에 기록이 정리될 때까지 아무도 알 수 없던 동메달이었다. 역도팀 동료들과 함께 응원을 와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남편 원정식(26)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전을 잘 짜줘서 중국 선수를 흔들어준 쉬수징이 너무나 고맙다”고도 말했다. 관중석에 서서 줄곧 아내가 걸어 나올 시상대를 바라보는 그의 눈가는 촉촉했다. 둘은 2012년 화촉을 밝혔고 슬하에 딸 라임과 라율이 있다.
윤진희(왼쪽)가 8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센트루 2관에서 열린 여자 역도 53㎏급 결승 인상경기에서 온 힘을 다해 바벨을 들어올리고 있다.
윤진희(왼쪽)가 8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센트루 2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메달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윤진희(왼쪽)가 8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센트루 2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경기 때와 달리 시상식장에서 윤진희는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베이징 대회 때 이미 경험을 해봤기 때문이다. 금메달은 인상 100㎏, 용상 112㎏, 합계 212㎏을 든 쉬수징이 차지했고, 하이딜린 디아스는 합계 200㎏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비록 동메달이었지만 금메달이 부럽지 않은 부부였다.
윤진희는 포토세리머니를 마치고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와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후 한쪽에 서서 조용히 자신을 지켜보던 원정식에게 다가갔다. 원정식은 아무런 말 없이 아내를 안고 등을 토닥여줬다. 끝내 눈물을 쏟아낸 윤진희는 감정을 추스른 뒤 남편의 목에 조용히 메달을 걸어주었다. 둘이 함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일궈낸 메달이기에 더욱 값졌다.
사실 윤진희가 다시 바벨을 든 이유는 남편의 부상 때문이었다. 원정식은 2014년 9월22일 아시안게임에서 용상 183㎏에 도전하다가 쓰러졌고 들것에 실려 나왔다. 그는 힘들게 재활 생활을 하면서도 아내 윤진희에게 “다시 역도를 하자”고 권했다. 아내의 재능을 썩히는 게 싫었다. 윤진희는 남편의 응원을 받으며 다시 역기를 들었다. 작년에 부상을 당해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엄마라는 이름으로, 한국 대표라는 명예로 꿋꿋하게 이겨냈다. 시련은 윤진희를 더 옹골차게 만들었고 하늘은 그에게 기적과도 같은 메달을 선물했다.
원정식은 10일(한국시각) 올림픽 무대에 오른다. 그날은 아내 윤진희가 남편에게도 기적 같은 일이 생기기를 두 손 모아 있는 힘껏 응원할 것이다.
리우데자네이루/글·사진 신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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