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청와대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선수단 격려 오찬에 참석한 최순실씨의 딸 정유경(맨왼쪽)씨. 대한승마협회누리집갈무리
삼성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 사실이 하나둘씩 확인되고 있다.
정유라씨가 국제승마연맹 누리집(홈페이지)의 자기소개란에 소속팀을 ‘삼성’이라고 썼다고 <조선일보>가 20일 보도한 데 이어, 삼성이 회장사인 대한승마협회가 지난해 마사회의 허락도 없이 박아무개 전 마사회 감독(국가대표 감독)을 독일로 파견한 것이 문제가 돼 박 감독이 나중에 경위서를 쓴 사실이 21일 확인됐다. 올해 초 유럽의 승마잡지 <유로드레사지>는 삼성이 정유라를 위해 ‘비타나V’ 말을 구입했고, 독일에 승마장까지 구입했다는 기사를 싣는 등 삼성의 이름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독일 승마장은 국내 중소기업인 모나미가 인수한 것으로 돼 있지만, 이 회사가 올해 삼성으로부터 일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삼성과의 고리가 의심받고 있다.
대한승마협회의 삼성 수뇌부가 마사회 박 감독을 소속 기관의 허락도 없이 독일에 파견해 물의를 빚은 실무 책임자인 김아무개 전무이사를 감싸고도는 것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 사장인 박상진 승마협회 회장은 세번 중임제한 규정에 걸린 김 전무이사를 위해 대한체육회에 “협회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며 지난달 3중임 승인 요청을 했다. 대한체육회는 재정 기여나 국제스포츠 위상 제고 등의 특별한 업적이 없다며 중임 요청을 부결시켰다. 하지만 승마협회는 재심을 요청했고, 현재 임원심의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삼성은 무보수 명예직이었던 이전의 사례와 달리 김 전무이사에게 급여까지 주고 있다.
삼성의 스포츠단 운영 철학에 비춰 봐도 대한승마협회에 대한 지원은 상상을 초월한다. 삼성은 연간 20억원 정도 들어가는 삼성 럭비단을 모기업 불황을 이유로 지난해 해체했고, 이건희 회장이 애착을 갖고 있던 레슬링 종목에 대한 지원도 2012년 마감했다. 삼성 테니스단도 사라졌다. 삼성의 프로야구나 축구, 농구 등도 비용 절감과 마케팅 강화를 위해 제일기획 산하로 편입시켰다.
반면 승마협회를 맡아서는 적극적이다. 삼성이 회장사가 된 이후 2020 도쿄올림픽 승마 메달을 위해 5년간 해외 전지훈련과 대회 출전, 말 구입비 등으로 600억원이 들어가는 중장기 로드맵을 작성하기도 했다. 회사 규정을 우습게 여긴 박 마사회 감독이 올해 초 결국 마사회 감독직에서 해임됐을 때, 삼성 출신인 현명관 마사회 회장을 찾아가 박 감독과의 재계약을 종용했다고 한다. 박 감독이 독일에서 승마 훈련 중인 정유라씨를 돕기 위해 독일행을 강행한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박 감독과 김 전무는 전임 박아무개 전무이사와 매우 밀접한데, 박 전 전무이사가 최순실씨의 복심이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삼성이 승마 비리로 실형을 살고 나온 박 전 전무이사의 영향력에 휘둘렸다는 사실도 초일류 기업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유라가 삼성 소속이라고 밝힌 것이 정경유착의 고리다. 다른 대기업은 강압에 의해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 모금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삼성은 그것을 넘어 정권의 비선 실세가 누군지 알고 잘 보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편의를 봐줬다. 포괄적 뇌물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창금 하어영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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