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가 7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국회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7일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최순실의) 수행비서?”라고 말한 대목이 체육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고씨는 더불어민주당의 손혜원 의원이 “최순실씨는 김종 전 차관을 어떤 사람으로 본 것 같냐?”고 묻자, “(시키는 일을 알아서 하는) 수행비서? 무언가 제시하고 무언가를 얻으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13년 10월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으로 취임한 이래 3년간 체육계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 인물과 어울리지 않는다. 펜싱 국가대표 출신으로 나름대로 체육 차관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을 법한 고씨가 내린 평가여서 더 뼈아프다.
김종 전 차관은 취임 이래 거침없는 행보를 해왔다. 올해 3월에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을 일궈내기도 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그의 행보는 철저히 최순실 개인의 이익에 충실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취임 초기부터 최순실씨의 딸인 정유라씨의 ‘공주승마’를 지원했고, 스포츠 4대 악 추방을 내걸면서 체육계 내부의 반대파 견제에 열을 올렸다. 최순실씨의 조카인 장시호씨가 평창겨울올림픽 사업권을 염두에 두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만들 때는 초기부터 적극 지원을 했다. 빙상계에서는 변방에 있는 사람들이 주도한 이 신생 조직에 6억7000만원의 정부 예산을 지원한 것은 파격이었다. 국제 룰과 어긋나는 것을 알면서도 박태환에게 리우올림픽 출전 포기를 종용했고, “김연아를 싫어한다”는 경솔한 발언까지 하는 등 김종 전 차관은 독재자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최순실 주변에서는 김 전 차관을 최씨의 가방을 들고 다니는 수행비서쯤으로 여긴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차관을 잘 아는 한 대학교수는 “문화와 체육계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패한 곳이다. 권력 실세에 의해서 발탁이 되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예산권으로 체육계를 꼼짝 못하게 했다. 체육인들도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아니요’나 ‘왜’, ‘무엇 때문에’라고 물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빙상 관계자는 “‘체육계 대통령'으로 행세하면서 모든 지시를 최순실한테 받았다는 뜻밖에 안 된다. 그런 차관 앞에서 체육계는 늘 약자였으니 숨고 싶다. 현명하지도 못하고, 옛것에서 탈피하지 못한 체육계가 자초한 일이다. 체육인들 치욕의 날”이라고 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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