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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한 선수를 위한 협회

등록 2016-12-14 12:46수정 2021-01-06 14:58

[김창금 기자의 무회전 킥]
문체부 대한승마협회 감사 결과 발표
정유라 ‘공주승마' 위한 협회 지원 사실
불법 종합세트 체육사 반면교사 남을 듯
2014년 10월 청와대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선수단 격려 오찬에 참석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맨 왼쪽). 대한승마협회 누리집 갈무리
2014년 10월 청와대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선수단 격려 오찬에 참석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맨 왼쪽). 대한승마협회 누리집 갈무리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14일 발표한 대한승마협회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그동안의 최순실씨 딸 정유라 ‘공주승마’ 의혹 보도는 사실이었다. 공조직인 승마협회 회원의 이익은 안중에도 없었고, 오직 정유라 일인을 위해 협회의 역량과 자원을 쏟아부었다. 한 개인을 위한 승마협회라는 오명은 한국 체육사의 반면교사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정유라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한 실무작업은 심판 정보 유출에서 단서가 보인다. 당시 승마협회 이사회는 판정의 객관성을 위해 외국인 심판을 데려오기로 하고, 공정성 유지를 위해 보안각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하지만 심판 섭외 담당자와 심판이사는 보안각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심판 정보를 내부의 특정인에게 유출했다. 그것이 누구한테 도움이 됐는가는 짐작할 수 있다.

도쿄올림픽을 위한 승마협회 중장기 로드맵은 정유라 메달리스트 만들기에 집중돼 있다. 삼성의 후원으로 1단계 최대 505억원의 예산이 수반되는 계획은 정유라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애초 계획 검토나 타당성, 추진 방식은 이사회 의결 사항이지만 논의되지도 않았다. 횡령 등으로 실형을 산 승마협회 전임 전무가 기획한 뒤 공기업인 마사회까지 가담해 보완한 것을 현 전무가 받아 그대로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마사회 감독이 정유라를 위해 실제 독일까지 파견이 됐다. 총체적인 도덕 불감증이다.

승마협회는 지난해 8월7일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 방식을 개정한다. 기존의 국내 3회 대표 선발전 누적 성적 대신, 세계대회 참가자에게 우선순위를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재력이 있어 세계대회 출전이 가능한 정유라 등 소수의 선수를 위한 것이다. 승마협회는 규정 개정을 하면서 상급기관인 대한체육회의 승인도 받지 않았고, 1년 내 동일 규정의 개정을 금지한 내규도 어겼다.

이밖에 이뤄지지도 않은 국가대표 합동훈련(2014년 3월24일~6월30일)을 이유로 정유라 소속 학교인 청담고에 시간 할애를 요청하는 허위 문서를 발송했고, 봉사활동 내용과 시간을 적지 않은 백지 봉사활동확인서를 발급해주었다. 2014~2015년 국가대표 훈련보고서에는 장소나 책임자 등 주요 내용이 누락되고 선수 서명이 불일치했다.

문체부는 감사 결과에 따라 김아무개 전무 등 관련자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고, 감사 결과를 특검에 제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승마협회의 정유라 집중 지원은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종 차관은 스포츠 4대 악 척결을 내세웠지만 승마협회의 온갖 불법에는 모른 척했다. 김종 차관 시절에 이뤄진 잘못을 고백하는 문체부의 고해성사가 필요한 이유다.

대한승마협회 전 임원은 “한 선수를 위해 승마협회를 불법 종합세트로 만든 관련자에 대해서는 수사권을 가진 특검에서 더 조사해야 한다. 승마협회도 실추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반성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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