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지난해 10월 국회 교문위 국정감사에 나와 발언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이기흥 회장 체제의 대한체육회 새 집행부 구성이 곧 마무리된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시절의 관변 색채를 털어내는 것이 첫 과제다. 동시에 체육 100년 대계를 구상할 수 있는 ‘알짜’ 인재를 찾아내야 한다. 인사만 잘하면 만사형통이다.
새 집행부는 부회장을 포함해 25명의 이사진, 감사와 자문위원, 사무총장, 선수촌장 등 중요 자리를 새로운 얼굴로 채운다. 박태환의 올림픽출전 불가 논의로 언론플레이를 했던 스포츠공정위원회, 친 김종 인물에 특혜를 주거나 반대파를 제거하는데 동원된 임원심의위원회 등 10여개 각종 분과위원회도 새롭게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임원심의위원회는 해체가 될 수도 있는데, 위원회마다 보통 15명의 위원을 두니 새롭게 뽑아야 할 위원 숫자만 해도 100명을 훌쩍 넘는다.
방대한 인선 작업은 이기흥 회장이 직접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의 참모들도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걱정의 소리도 나온다. 이기흥 회장이 당선에 공을 세운 사람들을 챙기거나 반대로 이기흥 회장 쪽에 줄을 서거나 청탁을 넣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사권을 행사할 때는 정보의 제약이 따른다. 아무래도 아는 사람을 기용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주변의 얘기를 듣는다고 해도, 그것이 100% 정확한 정보는 아니다. 이기흥 회장의 고민을 짐작할 수 있다. 애초 체육계의 인재풀이 적기 때문에 집행부 구성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몇가지 원칙만 고수한다면 어려움은 크게 줄어든다. 먼저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자기 직업이 있는 사람들이 돈 버는 일도 아닌데 명함만 파려고 이사를 맡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자기 몸을 던질 각오가 돼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이 들어야 한다.
표를 준 사람이거나, 주지 않은 사람을 가려서도 안 된다. 선거 때 다른 후보를 지원했더라도 능력과 아이디어가 좋으면 영입해야 한다. 현장을 잘 아는 체육 지도자나 각 연맹의 사무국장 등 실무자들이 체육회 행정이나 정책 결정에 참여할 기회를 줘야 한다. 그래야 각 분과위원회가 활성화 할 수 있다.
이기흥 회장은 이번주 집행부 구성을 마친 뒤 정관을 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임원 연임 제한 규정을 완화할 방침을 밝혔다. 새 정관에는 현행 25명의 이사를 50명으로 확대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바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사회 규모가 커지면 의사결정 지체 등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자칫 자기 식구를 챙기기 위해 자리를 만든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김종 전 차관 시절 체육계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최순실의 수행 비서’라고 폄하된 김 전 차관 앞에서 저항 한번 못했다. 최순실 게이트라는 외부 환경의 변화가 준 기회에 내 편이니, 네 편이니 가릴 계제가 아니다. 인맥이나 정파, 학연이나 지연이 중요하지 않다. 정말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해야 한다. 그래야 체육회가 진짜 새판을 짜고 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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