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겨울올림픽 테스트이벤트가 집중적으로 치러지면서 현장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하드웨어는 번듯하게 지었지만 대회 준비와 운영을 맡은 평창올림픽조직위의 미숙한 일 처리로 일부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지난달 강원도 용평에서 2018 평창겨울올림픽 스키 테스트이벤트로 열렸던 극동컵대회를 준비했던 한 국내경기요원(NTO)은 스키인들의 자존심이 뭉개진 경험을 토로했다. 이들 경기요원은 대회장을 완벽하게 준비하는 핵심 인력이다. 대개 스키를 오래 탄 전문가로 외국에서 교육을 받고 온 이도 있다. 고정 급여를 받는 상시 인력이 아니라 자원봉사 개념으로 참여한다. 이들은 선수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기 위해 일부 구간은 얼음으로 얼리고, 그물 펜스를 설치하는 등 매우 전문적인 일을 맡는다. 영하 20도 추위에서 밤샘작업을 마다하지 않는 것도 일비(5만~7만원)를 받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지난달 평창조직위 사무총장이 방문했을 때 이들은 따듯한 말 한마디라도 기대했다. 하지만 현장의 대표가 제기한 민원을 듣자, “기분이 나쁘다. 모욕적이다”라며 반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후 경찰관이 나와 조사를 하는 등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앞서 조직위의 퇴직한 전 경기국장은 지난해 테스트이벤트 때 “다음부터는 외국에서 사람을 데려다 쓰겠다”는 망발을 했다. 조직위 수뇌부가 얼마나 현장을 경시하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평창조직위는 이달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요원을 강릉원주대학교 기숙사에 투숙시켰다. 대학 기숙사여서 한방에 네명이 들어가 화장실이나 샤워기를 쓰기 위해서는 대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대개 국내에서 심판을 봐온 전문가 집단이다. 한 국내경기요원은 “경기장과 가까운 위치에 있어 나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학생 기숙사여서 조금 불편한 점은 있었다”고 했다.
평창겨울올림픽의 성공은 대회운영을 책임진 평창조직위와 실무에 밝은 빙상연맹이나 스키연맹 등 현장 조직이 찰떡궁합이 돼야 가능하다. 이들 연맹이 보유한 경험 많은 인적 자원을 평창조직위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대회의 질이 달라진다. 완벽한 경기를 위한 필수 요원들에게 자원봉사라는 이유로 홀대하거나 무시하는 언행을 하는 것은 독이다. 정부 고위직에서 물러난 평창조직위의 낙하산들이 탁상행정을 하며 현장을 전혀 모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평창조직위가 올림픽 유치 시점과 달리 메달 수의 증가나 물가상승 등으로 재원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무조건 아끼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경기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반드시 써야 할 돈은 써야 한다. 또 재원이 부족하면 몸을 낮춰 현장 경기인들의 마음이라도 보듬어야 한다.
한 빙상 관계자는 “경기장 건설 단계에서는 티가 나지 않지만, 막상 운영 단계에 들어가면 매우 복잡한 일들이 기다린다. 더욱이 올림픽을 하려면 각 연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시간당 최저임금도 6400원인데 12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들한테 고마워하고 미안해하는 마음을 보이는 것은 최소한의 리더십이다. 조직위 사무총장이 폼만 잡으려고 한다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