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일본 삿포로 마코마나이 실내빙상장에서 2017 삿포로겨울아시안게임 폐막식이 열려 선수단 위로 은빛 리본이 흩날리고 있다. 삿포로/연합뉴스
1972년 삿포로올림픽 시설 재활용
‘붐업’ 없었지만 비용 최대한 줄여
평창은 개폐회식 시설에 1천억원
대통령이 막은 분산개최 아쉬워
“경기장 안팎의 붐업은 없었다. 그러나 전략은 있었다.”
2017 삿포로겨울아시안게임을 다녀온 평창올림픽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개·폐회식은 1972년 삿포로겨울올림픽 때 만들어진 마코마나이 실내빙상장을 사용했다. 1만명을 수용하는 이 경기장에서는 피겨와 쇼트트랙이 열렸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삿포로에서 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오비히로 스케이팅장에서 개최됐다. 역시 기존의 시설을 활용한 사례다. 삿포로 주변은 예전부터 스키 코스가 발달해 있는 곳이어서 설상 경기 역시 큰돈 들이지 않고 활용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붐업에 큰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기자들의 작업장인 미디어센터는 한산했다. 관중석은 텅 빈 곳도 많았다고 한다. 폐회식도 겉치레보다는 소박하게 치렀다. 이 관계자는 “삿포로시가 이번 대회에서 최대한 비용을 줄이려는 것 같았다. 아마도 차차기(2026년) 겨울올림픽을 겨냥해 재정적인 여력을 확보하고, 정부의 지원을 통해 시설의 대대적인 개보수를 꾀하는 것 같았다. 장기 목표를 갖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게 눈에 띄었다”고 설명했다.
삿포로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나는 것은 평창이다. 평창도 알뜰살뜰 대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어젠다 2020’을 제시하며 평창올림픽의 분산개최가 가능하도록 멍석을 펼쳤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분산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수천억원이 들어간 신설 경기장은 강원도와 강릉시에 사후활용 난제를 안겼다. 개·폐회식을 위한 시설로 1천억 가까운 돈을 들이는 것은 너무 아프다. 흘러간 유행가 가사 같지만 ‘대통령은 왜 분산개최를 반대한 것일까’, ‘과연 대통령의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삿포로아시안게임을 통해 더 커진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26일 삿포로아시안게임은 중요한 유산을 남겼다며 그 가운데 하나를 이렇게 표현했다. “1972년 삿포로겨울올림픽 때부터 사용한 여러 시설은 이번 대회에서도 유용하게 쓰였고, 또 앞으로도 일본은 물론 아시아의 겨울스포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과연 평창올림픽은 내년 세계인들한테 어떤 평가를 들을 수 있을까. 평창조직위원회가 올림픽 붐을 조성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경기인과 선수들은 성적을 내기 위해 극한의 훈련을 감내하고 있다. 그런 노력의 10분의 1이라도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정부의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올림픽은 권력자의 말 한마디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쇼가 아니다.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