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강릉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00미터에서 이상화가 역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빙상 유니폼 1초 논란이 뜨겁다.
발단은 대표팀 유니폼 공급 계약에 실패한 휠라코리아가 지난주 자사가 공급하던 스포트콘펙스 제품과 새로운 헌터 유니폼의 마찰계수 등을 측정한 자료를 낸 것에서 비롯됐다. 휠라코리아는 네덜란드의 실험실에서 기존 제품과 새로운 헌터사 제품의 무게와 공기저항계수 측정결과 “단거리에서 1초 가량 차이가 날 수도 있다”며 헌터 제품의 품질에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대 교수가 휠라가 제공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라는 권위까지 덧붙여져 일부 보도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0.1초 이하의 단위에서 경쟁하는 빙상 단거리에서 선수의 몸상태나 스케이트 때문이 아니라 유니폼 때문에 1초 차이가 난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22일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헌터사가 휠라스포츠의 주장을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빙상 유니폼을 둘러싼 논란이 2라운드에 들어갔다. 헌터사는 “유니폼 풍동실험의 요소를 옷의 무게나 공기저항 계수 등 일부 변수만으로 측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찢어지지 않을 만큼 튼튼해지려면 무게가 늘어날 수 있고, 맞춤형 제작 땐 부위별로 고무를 덧대는 등 변수가 많다고 했다. 또 “타사 제품과 비교를 하려면 수십 차례 반복 실험을 해야 한다. 마네킹에 맞는 옷을 입혔는지도 의심된다”며 측정 데이터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데이터 자체가 오염됐거나, 편향됐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헌터사의 제품은 현재 러시아나 프랑스, 카자흐스탄, 뉴질랜드 대표팀이 입고 있다. 만약 유니폼 때문에 1초 가량 차이가 난다고 하면 당장 기업이 문을 닫아야 할 사안이다. 헌터는 프로팀에서 헌터 유니폼을 입다가, 네덜란드 대표팀으로 들어가서는 스포트콘펙스 유니폼을 입고 뛰는 선수들의 최근 500m 기록들을 제시하면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고 했다. 또“ 휠라코리아가 지난주 헌터 본사에 (한국 대표팀 유니폼 공급을 위해) 헌터 제품을 납품하고 싶다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헌터사는 “특정 기업이 매우 편향된 정보를 유통했다면 도의적 책임은 물론 손해배상까지 물을 수 있다”고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휠라코리아는 최근 5년간 대표팀에 유니폼을 공급해왔다. 그런데 2015년초부터 유니폼에 대한 선수들의 불만이 제기돼 연맹과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그해 말 이승훈의 휠라 유니폼이 찢어지면서 월드컵 하위 리그로 강등됐고, 올해초 최민정이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스케이트날에 옷이 찢어져 엉덩이를 다치면서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후 빙상연맹과 날카롭게 각을 세우고 있다. 16일에는 헌터 유니폼이 1초 가량 기록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자료를 냈고, 18일에는 대한빙상경기연맹을 상대로 유니폼 후원사 선정 ‘공모절차 진행 정지’ 소송을 냈다. 기업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유니폼 때문에 1초 차이가 날 수 있다’는 휠라코리아의 실험 결과는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