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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이야기가 빠진 평창올림픽

등록 2017-07-06 18:58수정 2017-07-06 21:06

현장에서
2010년 밴쿠버겨울올림픽을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하는 이유는 사후활용 계획이 좋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다민족 국가인 캐나다가 올림픽을 계기로 하나 된 경험을 공유했다는 점이 더욱 중요했다.

밴쿠버올림픽 엠블럼.
밴쿠버올림픽 엠블럼.
지난달 12일(현지시각) 캐나다 밴쿠버에서 만난 존 펄롱 밴쿠버겨울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우리가 가장 중시했던 부분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국가를 하나로 묶어 일체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며 “마지막 금메달이 아이스하키에서 나왔을 때 밴쿠버를 비롯해 애드먼턴·토론토·몬트리올까지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올림픽과 월드컵 등은 자국민을 하나로 묶는 대형 이벤트다. 우리도 2002년 한일월드컵의 감동을 기억한다. 월드컵 직후 수많은 월드컵경기장들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지만 2002년 월드컵이 이룬 감동을 훼손하지는 못했다. 꼭 대회 성적을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올림픽을 개최하는 의미를 다시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밴쿠버의 올림픽 시설들 곳곳에는 원주민을 포함해 다민족을 품으려는 노력이 배어 있었다. 밴쿠버올림픽의 상징인 엠블럼은 캐나다 북부 원주민들에게 길을 알려주는 석상인 ‘이눅슈크’를 형상화했다. 리치먼드 오벌의 빗물 배수구에도 원주민 문화가 디자인돼 있고, 주변에는 동양의 문화를 상징하는 조형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리치먼드 오벌 빗물 배수구.
리치먼드 오벌 빗물 배수구.
2018 평창겨울올림픽이 7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올림픽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는지 뚜렷하지 않다. 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와 올림픽 시설들은 남겠지만 정작 평창겨울올림픽이 주는 메시지가 없다.

지난달 찾은 강원도 강릉 시내 곳곳에서 각종 올림픽 관련 펼침막과 구호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공식 명칭인 평창올림픽을 명시한 펼침막은 많지 않았다. 조직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지역적 라이벌 의식이 있어 강릉에서 평창이라는 용어를 보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평창올림픽을 3수 끝에 어렵게 성사시키면서 무리수도 많았다. 애초 춘천과 원주에도 예정됐던 올림픽 시설들은 “모든 경기장이 30분 이내 거리”를 강조하기 위해 폐기됐다. 도내 최대 행사가 오히려 도민들의 갈등을 부추긴 꼴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 이후 남북 단일팀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는 것은 평창올림픽을 위해서도 그나마 다행이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지난 3일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역시 6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평창올림픽은 북한이 참여함으로써 평화올림픽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평창겨울올림픽에도 스토리가 필요하다. 막바지 시설 준비와 사후 활용 계획도 중요하지만 올림픽 붐을 조성하기 위해서도 의미와 이슈 발굴이 필요하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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