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호주오픈 남자단식에 출전한 정현의 2회전 경기 모습.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멜버른에서 세계 테니스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5년간 남자 테니스를 사실상 지배했던 로저 페더러(세계순위 2위·37·스위스), 라파엘 나달(1위·32·스페인), 노박 조코비치(14위·31·세르비아), 앤디 머리(19위·31·영국)의 ‘빅4 시대’가 조금씩 황혼을 향해 가는 분위기다. 어느덧 이들의 나이가 모두 30대에 접어든 가운데 호주오픈에서는 이들 가운데 ‘맏형’ 페더러만 이름값을 했다.
빈자리는 ‘젊은 피’로 대거 자리가 교체됐다. 갓 스무살이 지난 카일 에드먼드(24위·23·영국)가 이번 대회에서 ‘톱10’ 선수들을 잇따라 상대하며 4강에 진출하는 눈부신 성과를 거뒀고, 26살 테니스 샌드그런(미국)은 세계 순위가 97위에 불과한데도 8강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다. 21살에 불과한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는 개인통산 투어 6차례 우승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대회에서도 3회전까지 선전을 펼쳤다.
이 가운데서도 ‘포스트 빅4’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단연 주목받은 선수는 정현(22·세계 58위)이다. 정현은 비록 발바닥 부상으로 4강전에서 로저 페더러에게 기권패 했지만 자신보다 상위 랭커들을 잇따라 물리치며 ‘거물 사냥꾼’(Giant Killer)이란 별명을 얻었다.
우연한 ‘행운’이 아니라 안정된 기량을 바탕으로 한 정현의 미래를 일찌감치 점치는 전문가들도 늘고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이에스피엔>(ESPN)은 “정현이 테니스 역사를 다시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뉴욕 타임스>가 ‘주목할 3명의 선수’로 꼽았던 신예가 올해 첫 메이저대회부터 차세대 선두주자로서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한 것이다. 올해 출전한 3개 대회에서 모두 16강 이상 성적을 거둔 정현은 호주오픈 이후 완전히 달라진 위상으로 투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현은 앞으로 부상 없이 최대한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세우고 있다. 특히 그랜드슬램대회는 결승까지 5세트제 7경기를 치러야 한다. 페더러는 4강전 경기가 끝난 뒤 정현에 대해 “충분히 톱10을 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갖춘 선수다.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정현은 자신이 강한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 프랑스오픈(5월21일~6월10일)에서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준비를 하고 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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