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 출신의 ‘난민 복서’ 이흑산(오른쪽)이 29일 오후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열린 세계복싱협회(WBA) 아시아 웰터급 타이틀매치에서 챔피언 정마루에게 주먹을 날리고 있다.
“어려운 시합이었지만 이흑산 선수를 통해 복싱이 많이 알려져 좋았다.”
29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그랜드볼룸 특설링에서 카메룬 출신의 ‘난민 복서’ 이흑산(35·압둘레이 아싼)과 세계복싱협회(WBA) 아시아 웰터급 타이틀매치를 펼친 정마루(31·와룡체육관)는 무승부로 간신히 타이틀을 지킨 뒤 이런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흑산에 대해 “12라운드 동안 함께 멋진 경기 해줘서 고맙고 복서로서 존경한다”고도 했다.
이날 경기는 화끈한 난타전으로 복싱 팬들을 열광시켰다. 도전자 이흑산은 초반부터 정마루를 거세게 밀어붙였고, 정마루도 맞받아치며 쉴새없이 주먹이 오갔다. 판정 결과는 1승1무1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주심은 116-115로 이흑산의 우세를, 1부심은 116-112로 정마루의 우세를 각각 선언했고, 2부심은 114-114 동점을 줬다. 간신히 타이틀을 방어한 정마루는 “실망스럽고 아쉬운 경기였다. 앞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이틀 전 복싱을 처음 가르쳐주신 스승님이 돌아가셨다. 타이틀 방어를 선물로 드리겠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앞서 열린 슈퍼미들급 한국 타이틀 매치에서는 역시 카메룬 출신의 ‘난민 복서’ 길태산(31·돌주먹체육관·본명 장 에뚜빌)이 이준용(27·수원태풍체)을 6라운드 티케이오(TKO)로 꺾고 한국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로써 길태산은 한국 무대에서 5전 전승(3KO승) 행진을 이어갔다.
이흑산과 길태산은 카메룬 군에서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가혹 행위까지 당하다가 2015년 10월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를 계기로 숙소를 이탈한 뒤 지난해 11월 난민 지위를 얻었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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