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격대표팀의 여자 권총 기대주인 김민정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혼성 부문에서 첫 메달을 노린다. 사진은 2016 리우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김민정 선수. 대한사격연맹 제공
첫날 메달 총성은 내가 울린다.
한국 여자권총의 새로운 기대주 김민정(21·KB국민은행)은 ‘기회’에 강한 선수다. 2014 리우올림픽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대표선발전 막판에 합류했다. 김승철 대표팀 코치는 “막바지에 치고 올라오는 선수다. 경기 때도 마찬가지다. 연습보다 실전에 강하다”고 했다.
김민정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8.18~9.2)에서 나서는 남(18명), 여(10명) 선수 가운데 첫날 메달을 딸 후보다. 아시안게임 사격 개막일인 19일 10m 공기권총 혼성경기에 이대명과 함께 출전하고, 이후 22일 25m 권총, 24일 10m 공기권총 종목에서 추가 메달을 꿈꾼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장미(26·우리은행)를 꺾고 올라올 정도로 기세가 만만치 않다.
김민정은 이대명과의 10m 공기권총 호흡과 관련해 “생긴 지 얼마 안 된 종목이고 출전 경험도 적다. 하지만 대명 오빠가 잘 이끌어주고 있다. 큰 걱정 없이 쏠 것”이라고 했다. 윤덕하 대표팀 감독은 “남자와 여자가 각각 40발씩 쏘며 본선을 치르고, 결선에서는 이 가운데 5팀이 올라간다. 격발 습관이 다른 둘의 차이를 감안해 경기에서 리듬을 살릴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정이 6월 대통령경호처 사격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한사격연맹 제공
사격은 총을 들었을 때 흔들림이 적어야 하고, 과녁을 놓치지 않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일정하게 점수를 내기 위해서는 심리도 중요하다. 김민정은 “희한하게 사대에 서면 전혀 떨리지 않는다. 다른 생각도 일절 나지 않는다”고 했다. 6월 대통령경호처장기대회 10m 공기권총 본선에서 한국신기록(583점)을 쏘았고, 5월 뮌헨월드컵에서 25m 권총 번외경기에서 비공인 세계신기록(597점)을 작성하는 등 정점을 찍고 있다.
김민정은 6월 봉황기 사격대회 25m 권총 부문서 대회신기록을 쏘며 김장미를 따돌렸다. 김승철 대표팀 코치는 “김장미가 일시 부진한 틈을 타서 민정이가 이번 아시안게임에 나간다. 김장미도 절치부심하고 있기에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에는 둘의 선의의 경쟁이 더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민정은 2년 전 리우올림픽에서는 경험 부족으로 기대에 못 미친 적이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중국 선수들과 금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성격이 활달하지만, 사격에 몰입할 땐 주변의 어떤 얘기도 듣지 않는 고집불통이기도 하다.
김민정도 이런 점을 의식하고 있다. 그는 “개인전에서는 본선에서 60발씩을 쏜다. 매 격발 때마다 긴장을 이겨내기 위해 체력훈련 뿐 아니라 심리상담도 열심히 받고 있다”고 했다. 공기권총(10m)과 실탄사격(25m) 가운데 어느 것이 좋으냐고 묻자, “공기총은 ‘딱’하는 소리를 내고 총알이 나가고, 실탄 사격은 소리가 크고 반동이 커 박력이 있다. 하지만 둘 다 나름의 매력이 있어 다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안경 너머로 눈빛이 날카롭다. 글·사진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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