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5종 국가대표 전웅태가 14일 경북 문경의 국군체육부대 훈련장에서 레이저 권총 사격을 하고 있다.
말 타고, 총 쏘고, 달리고, 찌르고, 헤엄치고…
만능 인간을 꿈꾸는 이상은 낭만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극한의 서바이벌’ 투쟁이다. 심장 박동이 분당 200번을 넘어도 사격을 해야하고, 수영으로 근육이 풀어져도 펜싱과 달리기에선 에너지를 폭발시켜야 한다.
14일 경북 문경의 국군체육부대 근대5종 훈련장.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근대5종 남자대표 전웅태(23·광주광역시청)와 이지훈(23·제주특별자치도청), 여자대표 김세희(23·부산시체육회)와 김선우(22·한국체대) 4명은 녹초가 됐다.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트랙 운동, 오전 크로스컨트리와 승마, 오후 펜싱과 수영까지 초인적인 강행군이다. 올해 월드컵에서 여자부 사상 첫 동메달을 딴 막내 김선우는 “저녁에 잠들기가 두렵다. 아침에 눈뜰 때는 더 겁난다”고 했다.
훈련의 힘일까? 초·중·고·대학 일반까지 등록 선수가 466명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세계 정상권이다. 이번 아시안게임 남자 개인전에는 세계 랭킹 2위 전웅태와 월드컵 랭킹 2위 이지훈이 출격한다. 리우올림픽을 기점으로 급성장한 전웅태는 지난해 세계대회 계주에서 우승했고, 한국체대 동기동창으로 ‘영원한 라이벌’인 이지훈도 올해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근대5종 국가대표 이지훈이 14일 경북 문경 국군체육부대 펜싱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최은종 감독은 “근대5종 선수는 대개 수영에서 전환한다. 웅태가 후반부에도 쭉쭉 힘을 내는 것이 장점이라면, 지훈이는 운동 아이큐가 매우 뛰어나다. 둘 다 웃고 있지만 승부욕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라고 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과 중국, 일본, 카자흐스탄이 금메달을 다툰다. 키 1m75 이하의 평범한 체격에도 세계 무대에서 유럽의 1m80~1m90 강호를 수없이 제압한 둘은 자신감이 넘친다.
물론 ‘영원한 1인자가 없다’는 말처럼 그날의 컨디션과 운이 중요하다. 전웅태는 “한 종목 실패가 다음 종목에 영향을 줘서는 안된다. 각 종목마다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수영 자유형 200m 단판 땐 전력질주를, 36명의 출전자 중 35명 전체와 1포인트를 놓고 싸움을 벌여야 하는 펜싱에서는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조직위가 준비한 20마리 안팎의 말 가운데 추첨으로 정해진 말과 20분간 호흡을 맞춘 뒤 15개의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 승마는 변수가 많다. 최경민 승마 코치는 “말의 특성과 습관을 빨리 찾아내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종 감독(왼쪽)과 전웅태 선수가 14일 경북 문경의 국군체육부대 근대5종 훈련장에서 밝게 웃고 있다.
마지막 관문은 3200m 달리기와 레이저 권총 사격(4회 총 20발)을 병행한다. 레이저 런으로 불리는 이 단계에서는 앞선 3종목 점수 합계 1위 선수가 먼저 출발하는 방식으로 사격과 800m 달리기를 4회 번갈아 한다. 최은종 감독은 “막판 뒤집기를 위한 사력의 질주가 펼쳐진다. 심장이 터질 듯한 극한의 압박을 무릅쓰고 더 속도를 낸다. 지켜보는 관중도 선수들의 투혼에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연습 훈련 중에도 선수들은 드러눕거나 얼음찜질을 하며 심신을 달랬다. 펜싱장에서 땀을 흘린 여자부 김세희는 “다른 종목 선수들이 ‘너희는 어떻게 5개를 하냐?’며 놀란다. 그만큼 고생스런 훈련이기에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들은 9월 멕시코 세계대회에 나가는 정진화(29·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함께 근대5종의 ‘황금 세대’로 불린다. 이들은 2020 도쿄 올림픽까지 내다본다. 31일 여자부, 9월1일 남자부 경기에서 일단 ‘아시아의 만능 스포츠인’에 오르는 게 당장의 과제다.
문경/글·사진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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