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역도의 김우재(왼쪽)와 최전위가 23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쇼날 엑스포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역도 남자 77kg 시상식에서 환한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북한 역도 최전위(25)의 왼손은 엄지와 검지 사이에 피부가 벗겨진 상태였다. 그는 “사실 여기가 좀 아프다”며 왼손을 내밀었고, 통증을 자세히 설명했다.
최전위는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엑스포(지엑스포)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역도 남자 77㎏급에서 인상 155㎏, 용상 193㎏, 합계 348㎏을 들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합계 347㎏(인상 160㎏, 용상 187㎏)을 든 김우재(27·강원체육회)를 1㎏ 차로 제쳤다.
드라마틱한 역전극이었다. 최전위는 인상 2차와 3차 시기에서 잇따라 실패했다. 3차 시기에서는 피부가 벗겨진 왼손을 한참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155㎏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는 나중에 “여기가 좀 아팠지만 많은 것을 위해서 지금은 참고 견뎌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용상 1차 시기에서도 185㎏에 실패했다. 그러나 용상 2차 시기에서 185㎏에 성공했고, 금메달을 목표로 3차 시기에 193㎏을 신청하는 모험을 택했다. 그리고 바벨을 번쩍 들었다. 그는 경기 뒤 남쪽 기자 등 취재진과 만나 “조국에 금메달 한 개를 더 가져가서 기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용상 3차 시기를 앞두고는) 이걸 실패하면 우리 원수님께 금메달을 가져가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과거 북한 선수들과 비슷한 말을 했다. 하지만 이내 적극적으로 변했다.
그는 한 기자가 “인천 아시안게임 북한 선수단 기수였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하자 환하게웃더니 “그때 그런 영광을 누렸는데 막상 메달(4위)은 따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가 더 좋으냐’는 질문에 “당연히 지금이 더 좋다”고 했다. 피부가 벗겨진 왼손 사진 촬영에도 흔쾌히 응했다.
최전위는 역도에서 나온 북한의 네번째 금메달이다. 한국의 김우재는 최전위와 멋진 승부를 펼쳤지만 아쉽게 1㎏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졌다. 김우재는 2015년부터 성인 대표팀으로 국제무대에 나섰지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은 따내지 못했다. 2017년 세계선수권에서 4위에 오르며 세계 정상권에 접근한 김우재는 생애 처음 나선 종합대회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같은 체급에 출전한 유재식은 용상 1차 시기 중 왼 무릎을 다치고도 3차 시기에서 180㎏을 들어 올리는 투혼을 보이며 합계 330㎏(인상 150㎏)으로 4위를 차지했다.
자카르타/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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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2018 아시안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