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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지, 편파판정 아픔 딛고 한국 여자복싱 사상 첫 금

등록 2018-09-01 22:14수정 2018-09-02 22:11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인천 아시안게임 선발전 탈락 출전 불발
이번 대회 강호들 줄줄이 격파
결승서 타이 시손디에게 4-1 판정승
오연지가 1일 저녁(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엑스포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복싱 라이트급(60㎏) 결승에서 타이의 슈다포른 시손디를 상대로 승리해 금메달을 따낸 뒤 태극기를 두르고 달려가며 기뻐하고 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오연지가 1일 저녁(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엑스포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복싱 라이트급(60㎏) 결승에서 타이의 슈다포른 시손디를 상대로 승리해 금메달을 따낸 뒤 태극기를 두르고 달려가며 기뻐하고 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베트남, 중국, 북한, 그리고 타이.

오연지(28·인천시청)의 대진표를 본 소속팀 인천시청 김원찬 감독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우승후보 오연지의 체급인 여자복싱 라이트급(60㎏)에서 줄줄이 강자들을 만나는 대진이었기 때문이다. 1회전 부전승의 행운도 없었다. 그러나 오연지는 실력으로 이들을 줄줄이 격파하며 마침내 여자복싱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오연지는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제전시장(JIEXPO)에서 열린 여자복싱 라이트급(60㎏) 결승에서 타이의 슈다포른 시손디(27)한테 2-1(29-27 28-28 27-29 29-27 28-28) 판정승을 거뒀다. 5명의 부심 중 2명이 28-28로 똑같은 점수를 줬으나 나머지 3명 중 2명이 오연지한테 점수를 더 줬다. 다만 동점을 채점한 2명의 심파도 채점표에는 오연지에게 별(*)표가 붙었다. 근소하게나마 오연지가 앞섰다는 표식이었다.

경기 뒤 조마조마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오연지는 주심이 그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리자 캔버스에 주저앉아 기도를 올렸다. 태극기를 건네받아 링 주위를 돌며 마음껏 기쁨을 만끽했다. 말수가 극히 적은 데다 겁많은 성격의 오연지가 그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오연지는 첫 라운드에서 사우스포(왼손잡이)인 시손디의 왼손 카운터 펀치에 다소 고전했다. 하지만 2라운드부터 전세는 역전됐다. 오연지(168㎝)는 자신보다 6㎝ 작은 시손디(162㎝)의 펀치를 유연하게 피하면서 특유의 받아치기로 차곡차곡 포인트를 쌓았다. 3라운드에 접어들자 다급해진 시손디가 더욱 거세게 달라붙자 오연지의 아웃복싱이 빛을 발했다.

오연지는 노련하게 시손디의 공격을 따돌리며 시손디의 가드가 빈곳만을 골라서 펀치를 꽂아넣고 승리를 확정했다. 오연지는 금메달을 따낸 뒤 “행복해서 미칠 것 같다.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꿈이 이뤄져서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나더라”고 했다.

오연지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시종일관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석연찮은 판정으로 져, 대회 출전이 무산됐다. 당시 오연지의 세컨드이던 김태규 인천시청 코치는 링에 올라가 항의하다 5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김원찬 인천시청 감독 역시 김 코치와의 연대책임을 이유로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가장 큰 목표였던 올림픽 진출의 꿈도 이루지 못했다. 오연지는 여자복싱이 처음 도입된 2012년 런던 올림픽 땐 국내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했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아시아·오세아니아지역 선발대회 8강전에서는 또 한 번 편파판정의 희생양이 되며 올림픽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오연지는 억울한 판정 탓을 하는 대신 “내 실력이 부족해서 떨어졌다”며 더욱 이를 악물었다. 절치부심한 끝에 다시 태극마크를 단 오연지는 이번 대회 16강(베트남 류띠듀엔), 8강(중국 양원루), 준결승(북한 최혜송)에서 하나같이 강적들을 만났지만 모두 제치고 결승 무대에 올랐다.

결승에서 만난 시손디는 8강에서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카자흐스탄의 리마 볼로셴코에게 4-1 판정승을 거둔 실력자다.

하지만 오연지는 시손디마저 누르고 아시아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다. 이로써 오연지는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여자복싱에서 한국의 사상 첫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한국 여자복싱은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성수연(75㎏급)이 동메달, 2014년 인천 대회에서 박진아(60㎏급)가 은메달을 땄다. 전국체전 7연패에 빛나는 오연지는 2015년과 2017년 아시아복싱연맹(ASBC)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여자복싱 사상 최초로 2연패를 달성했다. 한국 여자복싱이 아시아선수권에서 따낸 금메달 2개가 모두 오연지의 주먹에서 나왔다.

오연지는 금메달을 따낸 뒤 “경기 전, 지든 이기든 내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내려가겠다고 다짐했다”며 “또 내 능력을 발휘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자카르타/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특집화보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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