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옥(오른쪽)-유남규가 19일 오후 경기도 구리시체육관에서 안재형-양영자를 상대로 1988 서울올림픽 30주년 기념 ‘탁구 레전드 매치’를 하고 있다. <월간탁구> 제공
“이제 탁구 잘 못쳐요. 오빠(유남규)만 믿고 나왔어요.”
그동안 운동 좀 했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하며 깔깔 웃는다. 어느덧 지천명이 다 된 나이.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현정화·양영자 등과 함께 한국 여자탁구 간판으로 활약했던 홍차옥(49)이 오랜만에 팬들 앞에 나타났다. 18일 오후 경기도 구리시체육관에서 열린 2018 실업탁구리그 첫날, 그는 유남규(50)와 짝을 이뤄 안재형(53)-양영자(54)와 ‘탁구 레전드 매치’를 벌였고, 경기장을 찾은 100여명 팬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1세트 경기만 펼친 끝에 레전드 매치는 안재형-양영자의 12-10 승리로 마무리됐다. 유남규의 왼손 드라이브 공격이 위력을 발휘하고, 양영자의 강스매싱이 성공되는 등 레전드들의 몸 동작은 느렸지만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줬다. 경기 막판 공을 받다가 신발이 벗겨지는 바람에 폭소를 자아내게 한 홍차옥은 어땠냐는 질문에 “웃기죠. 힘들었다”며 숨을 몰아쉬었다. 홍차옥은 88 서울올림픽 때 여자단식 8강까지 올랐고, 안재형 여자탁구대표팀 감독의 부인이 된 자오즈민에 져 메달권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홍차옥(왼쪽)-양영자가 레전드 매치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구리/김경무 기자
홍차옥은 최근 12년 동안 생활체육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3년에는 경기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 사범대에서 탁구 교양 강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88 서울올림픽 때 탁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이 됐는데 그땐 그게 얼마나 대단한지 몰랐다. 나와 보니 실감이 났다”고 했다. 그는 또 “관중들 앞에서 오랜 만에 경기를 해 긴장됐지만 마음도 설다”며 “앞으로 탁구를 많이 사랑해달라”고 당부했다.
양영자(왼쪽)-안재형이 레전드 매치 도중 웃고 있다. <월간탁구> 제공
현정화와 함께 여자복식 짝으로 활약했던 양영자는 경기 뒤 “이벤트 경기라 재미도 있고, 탁구가 이런거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경기도 동탄·하남에서 탁구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부터 대한탁구협회 꿈나무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안재형 감독은 “오늘 다리가 잘 안 움직여 힘들었지만 서울올림픽 30주년을 기념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여자탁구팀을 지도하고 있는 유남규 감독은 “홍차옥과는 어렸을 때 같이 운동했는데, 혼합복식에서 호흡을 맞춘 것은 처음”이라며 “오늘 행사가 뜻깊었다”며 활짝 웃었다.
구리/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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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형, 양영자, 홍차옥, 유남규가 레전드 매치 뒤 꽃다발을 받고 웃고 있다. <월간탁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