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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현실의 기로에 선 ‘2관왕’ 공무원 사이클러 윤여근

등록 2018-10-10 10:26수정 2018-10-10 14:25

첫 출전한 장애인 아시안게임서 2관왕
휴가 모두 소진하며 합숙과 훈련 매진
“도쿄 패럴림픽도 출전하고 싶지만…”
첫 출전한 장애인 아시안게임 핸드사이클 남자 로드레이스와 도로독주에 2관왕을 차지한 윤여근이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애국가를 경청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첫 출전한 장애인 아시안게임 핸드사이클 남자 로드레이스와 도로독주에 2관왕을 차지한 윤여근이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애국가를 경청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스포츠를 향한 뜨거운 열정과 현실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안게임 핸드사이클 2관왕에 오른 윤여근(35·부여군청) 얘기다.

고교 3학년 때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그는 운동에 대한 열정 때문에 2002년 휠체어농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현실도 생각해야 했다. 장애인 선수로 운동만 해서는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그의 부모님은 “운동을 해서 먹고 살겠냐”며 극구 반대했다.

결국 윤여근은 공무원이 되기로 했다. 농구를 잠시 접고 2007년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현재 그는 부여군청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평범한 공무원으로의 삶을 시작했지만 휠체어농구를 향한 윤여근의 열정은 좀처럼 식지 않았다. 직장을 다니면서 휠체어농구를 하자니 취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자주 만나 팀 운동을 해야하는데 시간을 많이 내기가 힘들었다. 건강을 위해 여가로만 할 수도 있었지만 그의 갈증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윤여근이 9일 오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 보고르 센툴국제서킷에서 열린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핸드사이클 남자 개인 로드레이스 독주(H4-5·48km) 결선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환호하고 있다. 보고르/사진공동취재단
윤여근이 9일 오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 보고르 센툴국제서킷에서 열린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핸드사이클 남자 개인 로드레이스 독주(H4-5·48km) 결선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환호하고 있다. 보고르/사진공동취재단
윤여근은 “직장보다 운동 선수로서 꿈이 있었다. 휠체어농구 선수를 하려면 팀원들이 적어도 일주일에 서너번은 만나 훈련해야 한다. 실업팀 선수들은 일주일에 5일 이상 운동한다. 그런데 직장을 다니다보니 일주일에 두 번 정도밖에 못했다”며 “마음껏 하지 못하니 속상한 것이 많았다. 주말에만 하다보니 기량이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속상함을 안고 10년이라는 세월을 살았다. 그러다 만난 것이 핸드사이클이었다. 같이 휠체어농구를 했던 동료가 타기 시작하면서 접하기 시작했고, 2015년 본격적으로 선수가 되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개인 운동이라 직장을 다니면서 시간을 마음대로 조절하며 훈련할 수 있었다. 휠체어농구를 뜻대로 할 수 없는 갈증을 핸드사이클로 조금이나마 풀었다.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운동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주된 훈련은 퇴근 후에 하고, 대회가 가까워지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출근 전 사이클을 탔다. 점심시간에 식사를 최대한 빨리 하고는 30분간 웨이트를 했다. 하루 일과가 빡빡하다.

윤여근은 “직장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훈련량에 한계가 있고, 직장도 오랜 시간을 비워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직장은 버릴 수 있어도 운동은 버릴 수가 없는데 현실적으로 같이 할 수 밖에 없으니까 피곤하고 힘들다”고 토로했다.

힘들어도 포기는 하지 않았다. 윤여근은 핸드사이클을 시작한 뒤 3년 동안 직장과 운동을 병행했다. 윤여근은 8월 세계선수권대회와 월드컵 대회, 이번 장애인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두 달 가까이 공무원으로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 7월부터 한 달 동안 합숙을 하고, 대회에 참가했다. 이후 일주일간 일하다가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윤여근은 “공무원 공무 규정에 따르면 국제대회, 전국체전에 참가할 때에는 공가를 쓸 수 있다. 하지만 훈련 때에는 안 된다”며 “연가를 다 쓰고 근무 10년마다 추가로 나오는 연가 10일을 모두 썼다. 올해 연가를 모두 쓴 셈이다. 이제 쉴 수가 없다”고 했다.

운동과 직장을 병행하면서도 윤여근은 처음 나서는 이번 국제종합대회에서 2관왕에 올랐다. 핸드사이클 남자 도로독주, 로드레이스(이상 H4-5)에서 모두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2관왕 소감을 묻는 말에 윤여근은 “직장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지만 저로 인해서 장애인이 일과 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고 도전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처음 나가 본 세계선수권대회, 월드컵 대회를 경험하면서 느낀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기량 차이는 윤여근의 열정을 더욱 불타게 만들었다. 패럴림픽 무대에 서고 싶다는 그의 꿈도 더욱 커지고 있다.

자카르타/공동취재단,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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