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부터 여자프로농구 수장을 맡은 이병완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총재는 2018~2019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해체된 케이디비(KDB)생명을 인수할 기업을 찾지 못해 노심초사했다. 최악의 경우 연맹이 운영하는 ‘위탁관리팀’이라는 어색한 팀명으로 시즌을 치러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 시즌 개막을 열흘 앞둔 지난 24일, 오케이(OK)저축은행이 네이밍 스폰서를 맡기로 하면서 극적으로 위기를 넘겼다. 오케이저축은행, 오케이캐피탈, 러시앤캐시 등을 계열사로 둔 아프로서비스그룹 최윤 회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고작 1년뿐이고 기폭제 역할만 할 뿐”이라며 되레 부끄러워했다.
최 회장이 스포츠 후원에 나선 것은 이번 뿐이 아니다. 6년 전에도 해체 위기에 놓였던 프로배구 남자부 드림식스의 네이밍 스폰서를 맡았다. 이후 드림식스를 우리카드가 인수해 위기를 넘겼고, 최 회장은 제7구단으로 오케이저축은행을 새로 창단해 배구 붐 조성에 기여했다.
최 회장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동포 3세다. 학창시절 일본에서 럭비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 럭비가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겪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럭비협회 부회장을 맡아 후원에 나섰다가 기존 럭비인들한테서 어처구니없는 징계를 당해 마음고생도 했다. 이 징계는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에서 무효 처리됐다. 그는 “아마 종목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책임과 의무를 다했으면 좋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과는 고향인 나고야의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활약할 때부터 친분이 두텁다. 그 인연으로 전국농아인야구대회를 9년째 주최하고 있다. 같은 재일동포인 유도 안창림도 그가 후원 중이고, 여자골프 박세리 인비테이셔널도 오케이저축은행이 주최하는 대회다.
최 회장의 남다른 스포츠 사랑을 비즈니스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기업 규모로 볼 때 그의 적극적인 투자는 손익 계산만 따지는 풍토와 사뭇 비교된다. 여자프로농구 ‘위탁관리팀’은 이제 ‘수원 오케이저축은행 읏샷’이라는 어엿한 이름으로 다음달 5일 저녁 7시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홈 개막전을 치른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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